무주공산 보수텃밭, 변화 가능성은

2024-03-14 13:00:32 게재

국힘 강승규 민주 양승조 기세 싸움

대통령 측근 대 전 충남지사 맞대결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가 바뀌었는데 잘 된 일입니다.”

13일 충남 예산시장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50대 남성이 대뜸 건넨 말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충남 홍성·예산 후보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공천했다. 강 예비후보는 예산 출신이다. 반면 경선을 포기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홍성 출신이다.

강승규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13일 시장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강승규캠프 제공

홍성·예산은 충청권 전체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홍성·예산에 관심이 쏠린 계기는 이 지역에서 4선을 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당내 경선을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가 천안을 떠나 이곳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충남도청 소재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과 전 충남도지사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홍성보다 보수세가 더 강하다고 평가받는 예산의 분위기는 음식점에 모여 있던 60대 여성들에게서도 드러났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강 예비후보 이미지가 좋다”고 한 반면 양승조 후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발소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예산은 고령층이 많아 강승규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말을 많이 한다”면서도 “하지만 양승조 후보 역시 국회의원 4선에 충남도지사까지 지낸 만큼 가볍게 볼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홍성군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홍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무주공산이 되는데다 내포신도시 등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돼 있기 때문이다. 홍성은 예산에 비해 인구가 2만여명이 더 많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13일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양승조캠프 제공

홍성 롯데마트 부근에서 만난 50대 초반 남성은 “양승조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래도 예산에서 몰표가 나온다면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홍성시장에선 만난 50대 후반 남성은 “양승조 후보라면 파괴력이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40대 남성 역시 “홍문표 의원을 지지하는 층이 앙금이 있는 만큼 예상 밖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성군에서 만난 고령층에선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지지세는 여전했다.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70대 남성은 “우리 택시회사 직원 가운데 60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70대 택시운전사 역시 “후보를 알아보는 중”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강승규 예비후보는 인터뷰에서 홍문표 의원 경선 포기에 대해 “홍성·예산이 보수의 터전이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의 열망이 크다”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홍성·예산의 변화를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예비후보는 “홍성·예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당이 험지에서 승리의 기폭제가 돼 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충남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홍성·예산지역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예산 선거에선 16~17일 야권단일화, 홍문표 의원의 무소속 출마여부 등이 남은 변수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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