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상 최고치 기록한 일본증시 과제

2024-03-15 13:00:01 게재

2024년 2월 22일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가 39,098.68로 마감, 거품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의 38,915.87을 경신했다. 닛케이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주식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장기간의 엔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중국경제의 부진, ‘신(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 실시, 일본은행과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등 공적자금의 지속적인 주식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 후인 2011년 10월 31일 달러당 75.32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정책 영향 등으로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2013년 5월 9일 달러당 100.61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으로 엔화가치는 더욱 하락해 3월 14일 현재 달러당 140엔대 후반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엔저가 계속되면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에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이익 증가로 연결됐고 이를 평가한 투자가들이 자동차 및 반도체 등의 대기업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상승하게 되었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등 정책 효과 힘입은 증시상승

기록적인 엔저현상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일본 주식이 저렴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늘리게 되었고 그 결과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일본 경제가 최근에는 물가가 상승하고 임금이 오르는 등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가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당분간 엔저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도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위안화 약세, 부동산시장의 부진 및 미중 갈등의 장기화 등에 기인한 중국 주식시장의 부진도 일본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2024년부터 신 NISA가 시행되면서 개인투자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를 기존의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3배 확대하고, 비과세 적용기간도 일반형 기준 최대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한 것이다. 일본은행과 GPIF 등의 공적자금이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점도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올해 4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상승만으로 일본 경제가 회복되었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실제 2023년의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이 3.1%로 실질임금은 2.5%나 감소했다. 수출기업 중심의 대기업 종업원의 임금은 오르고 주식 보유자는 수익이 증가하게 된 반면, 엔저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은 중소기업 경영을 압박해 중기 종업원의 임금인상은 대기업을 크게 밑돌았다.

그 결과 실질임금이 감소한 근로자의 생활수준은 악화되고 주식 보유자와의 자산격차가 확대됐다. 2022년 12월 일본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엔저가 경영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단점이 많다’는 응답은 50.6%로 ‘장점이 많다’는 응답 4.5%를 크게 상회했다.

일본국민 생활수준 하락으로 주가상승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

또한 노동력 부족현상이 계속되면서 설비투자가 계획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또 2023년의 도산기업은 8690개로 2015년의 8812개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간에 걸친 엔저는 외국인에게 일본이 싼 나라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켜 수출 증가와 일본 관광객 증가로 연결되었지만 실제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이러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생활수준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엔저와 닛케이지수의 상승을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게 일본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 아지아대학교 특임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