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주권자의 선택은 ⑤ 호남·제주

8년 전엔 ‘당’을, 4년 전엔 ‘사람’을 바꿨다…올해는?

2024-03-15 13:00:01 게재

공천에서 대거 교체 … “기회 주고, 지켜본다”

전북은 현역 교체 최소화 … 다선 중진 재소환

국민의힘 ‘교두보’·이낙연 ‘생환’ 관전 포인트

전국단위 선거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판단을 두고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이심전심으로 대선을 염두에 둔 선택을 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8년 전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 28석 가운데 23석은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 차지였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 민주당이 각각 2곳에서 당선됐다. 이른바 ‘친문 패권’ 논란이 거셌고 호남은 국민의당을 앞세워 3당 구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수여당 의원 2명을 당선시켜 당시 박근혜정권과의 가교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 이재명에게 기회 준 현역 물갈이? = 4년 후 국민의당은 사실상 공중분해됐고 민주당에 97%를 몰아주면서 27명 당선자 가운데 17명을 초선으로 채웠다. 20대 총선에서 당을 선택했다면, 21대에선 사람을 바꾼 것이다. 기회를 주고 지켜본 뒤 선택지를 거둬들인 방식인데, 22대 총선을 앞두고 광주 전남에선 현역 교체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대표를 심사대 위에 올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진다면 호남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친명 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준 현역의원들이 결과에 승복하면서 공천 초기의 분란상은 없다. 민주당 지지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기존의 흐름을 얼마나 빨리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에게 어떤 답을 줄지도 관심포인트다. 이 대표는 광주의 대표적 친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이 나서는 지역구를 일부러 택했다. 조선대 공진성 교수는 “이 대표가 설령 당선이 되지 않는다 해도 30% 이상이 의미있는 득표율을 보인다면 총선 후 상황변화에 따라 정치적 재기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뒤늦게 출발한 조국혁신당에 제3당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는 부담이다.

◆이정현, 순천의 기적 다시한번 = 국민의힘은 16년 만에 광주 모든 지역구 공천을 마쳤다. 국민의힘 소속 광주지역 8개 지역구 후보는 △동남갑 강현구 △동남을 박은식 △서구갑 하헌식 △서구을 김윤 △북구갑 김정명 △북구을 양종아 △광산갑 김정현 △광산을 안태욱 등이다. 전남 선거구 10곳을 포함해 호남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15일 호남을 방문해 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이정현 전 의원은 순천광양곡성구례 을 선거구에 도전한다. 이 의원은 “사즉생 각오로 섬진강 기적을 이루겠다. 정치 경험과 인맥을 총동원해 4선이 되면 광양·구례·곡성을 천지개벽시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8대 비례대표 이후 19~20대에 순천 지역구에 당선됐었다. 민주당에선 권향엽 전 청와대 비서관과 서동용 의원이 경선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전북 전주의 정운천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의 호남 교두보 확보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평가된다.

◆전북 현역교체 2명 불과 왜? = 광주·전남 민주당 현역의원이 대거 교체된 것과 반대로 전북에선 현역의원 75%가 공천장을 받았다. 현역의원이 물러난 자리에 정동영(전주병) 이춘석(익산갑) 등 중진의원이 소환됐다. 20대 총선에서 전북 역시 국민의당 소용돌이에 들어갔고, 21대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됐었다. 그런데 이번 공천에선 현역 대다수가 재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3선 이상 의원만 5명이 된다. 지역정가에선 ‘위기감’에 따른 선택으로 본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 예산안에서 전북 SOC 예산이 삭감됐고,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막판까지 축소 위기에 놓였다. 초선 위주의 진용이 지역의 정치적 존재감 약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4선의 정동영 전 장관과 3선의 이춘석 의원이 공천장을 받는 계기로 꼽힌다.

◆갈길 먼 국민의힘, 제주 공천 후유증 = 제주에선 갈길이 먼 국민의 힘이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제주에선 17대 총선부터 20년 간 보수정당 의원이 등장하지 못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선 제주갑 선거구 전략공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문대림 후보가 송재호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맞대결이 예상됐으나 3파전으로 확대됐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고광철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전략공천하면서 기존 김영진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제주을은 민주당 김한규 의원,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간의 경쟁으로 일찌감치 구도가 짜였다. 서귀포 선거구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의 경쟁 구도에 임형문 전 제주도연합청년회장이 무소속으로 나서면서 3파전이 됐고, 허용진 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의 무소속 출마가능성도 남아 있다. 20년 만의 반전을 노리고 있는 여당이 선거 직전 분열이라는 최악의 수를 만난 것이다.

이명환 광주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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