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자 잇단 낙마…‘검증 시스템’ 도마 위

2024-03-18 13:00:02 게재

과거 발언·행동 못 걸러낸 시스템

“오래전 일” 두둔하다 논란 키워

여야가 4.10 총선 막바지에 막말 논란에 휘말린 후보들의 공천을 잇따라 취소했다. 막말 등 과거 행적 논란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들었지만 진행된 여야의 검증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정우택(충북 청주상당구) 도태우(대구 중·남구) 장예찬(부산 수영구)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도 정봉주(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난 글을 두고 민주당 안에서 공방이 진행 중이다.

정우택 공천 취소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각 당의 공천 경선 진행 과정이 아닌 과거 발언이나 행적 등이 문제가 돼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검증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는 총선 공천에 앞서 국민 기대에 걸맞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며 도덕성 검증 기준 강화를 앞다퉈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7대 기준을 제시하며 시스템을 통한 공천을 강조했고, 민주당 또한 검증위원회를 거쳐 공관위 심사를 벌이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낙마한 공천자들의 경우 SNS나 기고문, 부적절한 행태 등은 점검 과정에서 이미 제기된 내용이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발언이나 문제점을 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제기된 후의 지도부의 처신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의힘은 도태우 후보자가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을 낸 것을 두고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가 여론반발이 커지자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 정봉주 후보자와 관련해선 이재명 대표는 당초 “본인이 사과했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며 이해를 구했다가 뒤늦게 “국민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안돼 살점 뜯어내는 심정으로 불가피하게 공천 결정을 취소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여야의 검증과 공천이이 강성 지지층 영향력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 정 전 의원이나 양문석 후보 등의 발언과 관련해 공천관리위 산하에 구성된 검증위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눈높이’에 대한 기준이었다면 사전에 걸러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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