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라파 갈등’ 안풀려

2024-03-19 13:00:00 게재

바이든 “라파 지상전 깊이 우려” 전화 … 네타냐후 “전쟁목표 이뤄야” 반박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지구의 식량 위기와 전쟁 수행을 둘러싼 동맹국 간의 분열이 커지면서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3 월 18 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해 이스라엘이 공격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류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모처럼 전화통화를 하며 소통했지만 라파 공격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약 45분 정도 전화통화를 하고 라파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백악관과 이스라엘 현지 언론이 밝혔다. 두 사람의 전화통화는 지난달 15일 이후 한달여 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45분간 통화하면서 하마스 제거와 인질 구출, 안보 위협 해소 등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자지구 필수 구호 확대 약속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임박한 라파 공습도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뉘앙스였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우려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라파에 100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피란민이 체류 중인 사실 △라파가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가자 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들어가는 통로라는 점 △라파는 이집트와 접경 지역으로 이집트가 라파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걱정하고 있는 점 등을 거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 작전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것은 더 많은 무고한 민간인 사망을 낳을 것이고, 이미 절박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 악화하고, 가자지구의 무정부 상태를 심화하고,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이 분쟁에서 승리하고, 장기적 미래 안보를 확보하고, 가자지구로부터의 테러 위협을 끝내는 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빠져나오게 할 계획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문제를 논의키 위해 군사정보 및 인도적 지원 분야 등의 고위급 당국자로 구성된 팀을 미국으로 파견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네타냐후 총리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달여 만에 두 정상이 전화통화를 했지만 갈등을 빚고 있는 라파 공습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급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고 피란민 약 140만 명이 몰려있는 라파 공격도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를 모두 달성할 때까지 가자지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정계에서는 조기선거를 통한 네타냐후 교체론까지 나오면서 갈등을 심화했다.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상원에서 네타냐후를 ‘평화의 중대한 장애물’로 언급하면서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도 척 슈머 연설에 대해 “그는 좋은 연설을 했다.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네타냐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는 17일 각료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우리 친구들에게 나는 건망증이 있느냐고, 그래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이었던 작년 10월 7일 유대인에 대한 학살을 그렇게 빨리 잊었느냐고 묻는다”면서 “전쟁을 멈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거짓 주장을 펴고 전쟁 중에 총선을 치르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협상을 위한 회담에 이스라엘이 대표단을 보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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