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세전환에 유럽연합도 맞장구
가자휴전 논의 급물살 … 바이든 대통령, 블링컨 국무장관 중동 급파
블링컨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필요성에 대해 미국과 아랍 동맹국 사이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 협상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아직 그곳(합의)에 이르는 데에 어려운 작업이 남았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간극을 좁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파 지상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작전을 펴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미국 국방부에서 회담한다고 미 국방부가 21일 밝혔다. 양국 장관은 인질 석방, 인도적 지원 확대 필요성, 라파에 체류 중인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에 대한 안전 보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준비 중인 라파 지상전에 대한 양측의 이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 전후 청사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최근 개혁 조치와 관련 “초기 단계를 살펴봤는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개혁이 계속되면 역내 국가들이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블링컨 장관을 만나 즉각적인 가자지구 휴전과 극심한 인도적 위기를 겪는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이집트 대통령실이 설명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가자지구 전후 청사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방안을 포함한 중동 평화 및 안보 진전을 위해 이집트와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블링컨 장관이 재확인했다고 국무부는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만나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사우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각국이 이를 지지하기를 희망하며 그것이 강력한 메시지,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견해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합의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22일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이날 저녁 카이로에서 이집트, 사우디,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외무장관과도 두루 만났다.
유럽연합(EU)의 태도 역시 눈길을 끈다. EU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유도하기 위한 즉각적인 인도적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열린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휴전’이란 단어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공동성명의 전반적인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정상들은 “이스라엘 정부는 라파 지상전에 착수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또 일부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제재도 촉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장에서 기자들에게 “장기간 지속되는 휴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군사 활동 과정에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간주한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스라엘은 분명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미국과 태세전환과 EU의 강경해진 태도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을 막고 안보리 휴전촉구 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