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귀국에 “해결됐다” vs “이제 시작” 기싸움

2024-03-22 13:00:28 게재

여 “도피 프레임 끝났다” 공수처에 역공

당내 ‘자진사퇴론’에는 “분열 안돼” 진압

야 “특검하자” 정권심판 불씨 키우기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출국 11일 만의 귀국 이후 정치권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도피 프레임’이 깨졌다고 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역공을 펴는 여당과 정권 심판 ‘불씨’를 키우려는 야당이 정면 충돌했다. 총선을 20일 앞두고 자칫 한발이라도 물러섰다간 상대쪽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러온 공방전이다.

이 대사 귀국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여당은 공수처 역공에 힘을 쏟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대구를 찾아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빨리 조사하고 끝내야 되는 것이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 앞두고 정치질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같은 날 “민주당과 한몸이 되어 정쟁거리를 제공하며 입장문을 내고 언론플레이에 앞장서는 수사기관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없었다”고 한 톤 더 높여 공수처를 비판했다.

취재진 앞에 선 이종섭 대사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국민의힘의 역공은 피의자를 해외로 출국시켰다는 ‘도피 프레임’을 일단락시키고 여론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사를 급히 귀국시키기 위해 회의를 급조했다는 의혹이나 이 대사의 귀국 자체보다는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게 본질이라는 점 등을 모두 묻어버리는 전략인 셈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종섭 대사 건은) 총선 이슈로는 이미 끝났다”면서 “도피 프레임 자체가 사라졌다. 이 대사가 귀국하면서 (공수처 문제점 등) 실체가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제기된 이 대사 자진사퇴론에 대해서는 진압이 시작됐다. ‘친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에 대한 여러분의 충정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대사 문제가 더 이상 분열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갈등 프레임으로) 가장 득을 보는 집단이 누구냐. 민주당과 진보당”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 대사 자진사퇴론을 제기한 김태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사 조기귀국론을 폈던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도 2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지금 와서 사퇴하면 민주당에게 더 큰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재빠른 공세 태세로 전환했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은 물론 도피성 출국에 대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권심판론 불씨 키우기에 나섰다.

22일에는 이 대사의 출국과 관련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18일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공지에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했다고 쓴 내용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공수처가 타기관에 고발 내용을 제공·제출하거나 구두전달 한 바 없음을 밝힌 바 대통령실에서 이 대사에 대한 고발내용을 검토했다는 것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허위 내용을 담은 언론공지는 허위공문서에 해당한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정치권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과연 여당의 바람대로 이 대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이 최소한 4월 10일 총선 때까지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피 의혹을 받으면서도 급하게 내보낼 때는 언제고 한달 가까이 대사가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는 의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재판에서 이 대사에게 증인출석 요청을 할 경우 다시 한번 이슈화될 가능성,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공천 잡음과 한동훈 효과로 흐릿해졌던 정권심판론이 다시 한번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안 여당 지지율이 잘 나온다고 오만해져서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이라든지 도주 행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부각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깨달았다”면서 “이 정권은 조금만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국민을 무시하려 드는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정권을 심판해야겠구나라는 여론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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