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메가시티가 쏘아올린 철도공약 봇물

2024-03-26 13:00:04 게재

광역급행철도에 추가 또 추가

실현가능성·예산 등 우려 커져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충청권 메가시티(광역생활경제권) 철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추진 중인 공약에다 새로운 철도 공약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충청권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종합하면 충청권 4개 시·도를 잇는 철도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충청산업문화철도 등 기존 공약 외에도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충청권 광역급행철도 알파, 청주 지하철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충청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최근 대전역에서 모여 CTX 알파 노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민주당 제공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는 최근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공약이다.

충남 북부~충북 중부~경북 북부를 연결하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총연장 330㎞로 추진되고 있다. 충청권에선 충남과 충북의 공업지대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노선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철도역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약으로 제안했다.

충남 보령~세종 조치원을 연결하는 충청산업문화철도도 마찬가지다. 총연장 82.1㎞로 북부권에 추진되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달리 그동안 개발에 소외됐던 충남 중남부 농어촌 지역을 동서로 관통해 세종시까지 연결한다. 이곳 역시 철도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예외 없이 공약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들 노선이 단골공약으로 반복해 등장하고 있다면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충청권 메가시티 철도는 대표적인 게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다.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CTX는 정부가 최근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불이 붙었다. 이미 추진하던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에 속도를 더한 개념이다.

정부가 CTX 구상을 발표하자 지역에선 정당별로 한발 더 나아가 살을 붙이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충북 청주시 국민의힘 후보들은 합동으로 최근 청주시 지하철시대를 열겠다며 청주도심 통과가 확정된 CTX 조기착공과 함께 대전 신탄진을 시작으로 또 다른 방향에서 청주도심을 통과하는 광역철도 2호선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CTX+알파 노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노선에 대전에서 충북 옥천까지 노선을 연장하고 세종에선 충남 공주까지 연장하는 안이다. 알파 노선이 건설될 경우 기존 CTX 노선과 대전·세종을 중심으로 X자 형태를 완성하게 된다. 민주당은 최근 이들 노선이 위치한 7개 선거구 후보들이 대전역에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청권 메가시티를 전제로 한 다양한 철도노선이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지역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메가시티 구축에 교통인프라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희망고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건설은 계획이 확정돼도 실제 개통까지는 많게는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는 10년 가까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추가 검토사업 단계다. 계획이 아니라 검토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최근 선거마다 단골공약이 된 이유다.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을 활용하는 충청권 광역철도조차 개통시기를 수차례 연기한 바 있다.

총선 정책공약이 교통인프라 건설에 초점이 맞춰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구가 감소하는 대한민국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총선이 정책선거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 민심을 자극하는 개발공약 선거가 되고 있다”며 “대전만 해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은 없고 예산 고민 없이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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