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위기 감지했나

2024-03-27 13:00:04 게재

정비사업 촉진 방안 서둘러 발표

주춤대는 사업장 '인센티브' 강화

조건 안되는 곳도 규제 대폭 해제

서울시가 정체 국면인 재건축·재개발 촉진을 위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다.

27일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정비사각지대의 사업성을 개선해 속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나빠져 주춤하는 지역, 노후도 등 조건이 못 미쳐 정비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지역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이번 계획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용도지역 상향, 보정계수 적용, 현황 용적률 인정을 규제 완화의 3대 카드로 꺼냈다.

우선 교통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준주거까지 용도지역을 높여준다. 역세권 정비와 함께 임대주택 노인시설 공원 등 전략용도시설을 집중 조성한다.

보정계수는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가, 주택규모, 과밀 정도를 보정한 계수다. 보정을 통해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넓혀 사업성을 개선한다. 예를 들어 기준용적률 210%에 허용용적률 20%인 3종 지역에 보정계수를 최대치인 2로 넣어 계산하면 허용용적률이 40%로 오른다. 사업성에 큰 영향을 주는 분양주택이 최대 1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서울시내 많은 노후 단지는 종 세분화(1·2·3종)가 이뤄지기 전의 현황용적률로 건립됐다. 당시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 단지가 이미 허용용적률을 초과한 상태이다.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시는 이를 개선해 현황용적률을 인정하고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추가용적률을 부여할 계획이다.

27일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기부채납 부담도 낮춰 = 시는 앞선 3가지 카드 외에 기부채납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는 1종에서 2종, 3종에서 준주거로 용도지역을 상향하면 15%를 공공기여로 내놔야 한다. 이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공공주택, 노인시설 등)을 기부채납할 경우 공공기여 인정 비율을 더 높게 쳐주기로 했다.

사업성 개선은 조합이나 주민뿐 아니라 시공사에게도 필요하다. 총 건축비가 상승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만든 표준 건축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영 시기도 문제다. 표준건축비는 3년마다 고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는 4~8년마다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행 표준건축비는 물가상승분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기본형건축비의 56.6%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표준 건축비가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사의 무리한 원가 절감, 이를 방치한 당국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건축비를 해마다 고시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적극 건의키로 했다. 최신 자재값과 금리 등 현실이 반영해 최소 1년 단위로 이를 고시해야 사업성 문제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고 보정계수를 최대로 적용하는 것 등은 정비사업에서 오랜 기간 유지된 불문율을 깨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란 분석도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원 방안을 통해 침체된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후 주거지 개선의 길을 열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