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 0원’…태양광·풍력 수익 악화되나

2024-03-27 13:00:11 게재

계통한계가격(SMP) 2월 한때 0원

태양광·풍력 1위 전남 대비 필요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도매가격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한때 0원을 기록해 재생에너지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앞으로 ‘SMP 0원’이 빈번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전국 생산 1위인 전남지역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남 신안 태양광은 2022년 150㎿급 규모로 완공돼 분기별로 지도읍 전체 주민에게 1인당 11만에서 25만원까지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제공

27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SMP(System Marginal Price)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11일 오후 1시와 대체 휴일인 12일 오후 1시 각각 0원이 됐다. SMP는 전기 1kWh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비로 한국전력이 전기를 구매할 때 발전회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이다.

전력수요가 낮을 때는 태양광과 풍력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모두 쓰고 그 다음으로 저렴한 원자력이나 석탄발전 가격으로 SMP를 결정한다. 반면 전력수요가 많아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과 석탄 발전으로 감당이 안 될 경우 연료비가 비싼 천연가스나 석유 가격으로 SMP를 매긴다.

설 연휴 기간 SMP가 0원인 이유는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들이 쉬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연료비가 0원인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이때도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달라지는 태양광과 풍력의 문제 때문에 필수전력이 가동됐지만 SMP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사업자 배 모(54)씨는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많은 봄 가을 연휴에 빈번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사업자는 전기를 팔 때 SMP와 함께 보조금 성격인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받아 수익을 낸다. 통상 한전 발전회사들은 민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하며 이 과정에서 가격을 결정한다.

지난 21일 오후 1시 기준 SMP(육상 기준)는 126.25원, REC 78.8원이었고, 민간사업자는 두 가격을 합한 205.05원 수익을 냈다. 만약 SMP가 0원이 되면 수익이 1/3 이상 줄게 된다.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이 축소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민간사업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자 김 모(57)씨는 “RPS 비율이 자꾸 축소되는 상황에서 SMP까지 0원이 되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전남이 어렵게 된다. 전남은 2022년 12월 31일 기준 태양광 발전 6031GWh(전국 대비 27.6%), 풍력 발전 582GWh(18.4%)로 전국 1위이며, 발전소는 1만9456개(풍력 26개)다. 신안군은 발전 수익 30% 가량을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SPM 0원’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RE100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민간사업자가 RE100 기업들과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안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428개 기업이 RE100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36개 기업이 참여했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RE100 확산에 맞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전남 등으로 기업 이전을 촉진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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