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점심·지원금 100만원…총선공약 ‘재정대책’ 허술

2024-03-27 13:00:16 게재

여야, 선관위 제출 ‘총선 10대 공약’ 살펴보니

국민의힘·민주당 공약 “정부재정 증가에서 충당”

“대규모 감세정책과 모순 … 유권자가 경고해야”

거대 양당이 4.10 총선에 제시한 주요 공약의 재원 대부분을 ‘정부의 예산증가 기대’에만 의존할 뿐 구체적인 재원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동시에 수십조원 대의 공약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 선거마다 허술한 재정대책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엄중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선관위, 투표 참여 독려 ‘선거빵’ 출시 26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안스베이커리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15일 앞두고 투표 독려 기표 모양이 담긴 선거빵을 선보이며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경로당 점심 제공 경쟁 = 여야는 제22대 총선후보 등록과 함께 각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10대 공약과 함께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정대책을 함께 제시했다.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은 △일·가족 모두 행복 △촘촘한 돌봄·양육환경 구축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새로 희망 △중소기업·스타트업 활력 제고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 만들기 △교통·주거격차 해소 △청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든든한 내일 지원 △기후위기 대응, 함께하는 녹색생활 등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인구부 신설, 아빠 출산 휴가 1개월 의무화, 늘봄학교 단계적 무상 시행,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경로당 주7일 점심 제공 등 재원이 상당액 소요되는 정책들이 제시돼 있다.

문제는 10대 공약 중 5대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른 예산증가분을 활용하겠다”고만 썼다는 점이다. 매년 재량지출 증가가 평균 6조원에 달하는데 이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같은 재원 조달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56조원이 넘는 ‘세수 펑크’가 난 바 있고 현재의 감세기조를 유지하는 한 세수 부족 사태는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각종 대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서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세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 27일에는 국회의사당 세종시 완전 이전 등의 공약을 새로 발표했다. 홍석철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장은 세 자녀 등록금 면제에 소요되는 재원을1조 4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예산증가분 사용계획을 밝힌 5대 공약 외에 나머지 5대 공약도 재원 조달 계획이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약 5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철도 지하화 사업에 대해선 “철도 상부 민간개발로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지하화 사업비용 충당”이라고 밝히면서도 “필요시 설계비 등에 국고보조금 지원”이라고 국고 보조 가능성을 열어놨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대해선 “불요불급 사업의 지속적인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을 제시했다. 기존에 쓰던 예산 중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의 재원이 마련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생회복 지원금으로 삶의 질 상승?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생회복 지원금’ 공약을 내세웠다. 4.10 총선후보 등록 이후 수도권 지원유세에서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고물가로 힘들어 하는 국민가계를 지원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24~25일 문재인정부 당시 지원했던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거론하며 민생회복 지원금을 약속하며 “약 13 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존 예산을 조정하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선심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약 900조~1000조원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비교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민주당은 민생회복·미래성장·민주수호·평화복원 등 4대비전에 10대 핵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생회복 분야에선 △기본주택 100만호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청년·국민·어르신 교통·통신비 경감 △경로당 주5일 점심밥상 △대학생 장학금 확대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 도입을 공약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대출이자 지원, 복지플랫폼 확대 등을 약속했고,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산재보험 국가책임제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미래성장 분야로는 △국가연구개발 예산 5% 확보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 도입 등 혁신성장 지원과 9개 거점국립대 집중지원 등 균형발전 공약을 내놨다. 소멸지역 기본소득 단계적 지급도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강화 등으로 RE100시대를 구현하고, △2~3자녀 가구 보듬주택 제공 △신혼부부 1억 대출(자녀 출생 후 무이자 전환) 등 저출생 대책을 제시했다.

민주·평화 분야 공약으로는 △국회의원 성과급제 도입 △군 장병·간부 복지 강화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10개 분야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정은 정부 지출구조 조정 등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출생 대책에 최소 10조원에서 23조원, 기후위기 대응에 연간 5조원, 혁신성장·균형발전에는 연평균 6조원, 국민 건강권 보호와 안전분야에선 연간 13조원, 소상공인 대책에 연평균 2조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정부예산에서 연평균 3.7%의 총수입이 늘어날 것을 전제로 경제성장률 둔화, 정부 세수입 감소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여야가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공약을 내세우면서 감세정책을 같이 제시하는 것은 모순적인 태도”라며 “총선 공약의 구체성과 실제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당의 노력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엄중한 선택과 평가가 이뤄져야 허술한 재정대책의 반복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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