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침체 장기화…은행들 실적 악화

2024-03-29 13:00:18 게재

부동산 부실채권 증가로 대형은행 자산건전성 하락 … 정부 정책 이행으로 이자이익도 줄어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대형 국영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교통은행(Bocom)은 부동산 부실채권 비율이 2022년 말 2.8%에서 2023년 말 4.99%로 급증했다. 교통은행의 연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감소했지만 부실 대출의 선행지표인 해당 부문의 특별 대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98억8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중국공상은행(ICBC) 역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부실채권이 전년 대비 9.6% 증가한 278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부동산 부실채권 비율이 전 부문 중 가장 높았다.

27일 보고서를 낸 두 은행 모두 이자이익이 줄면서 이익 증가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정부가 국내 경제를 부양하고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회사와 지방정부를 구제하는 임무를 국영 은행들에 부여한 뒤 지난 한해 동안 은행들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기는 경기 둔화로 인해 금리 하락 압력이 컸던 때이기도 하다.

국영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개발회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라는 당국의 요청을 이행해왔다. 그 영향으로 교통은행은 조기 대출 금리 인하와 연체 주담대 금리 인하가 이익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부동산 회사채 인수를 전년보다 56.5% 늘렸다고 밝혔다.

공상은행은 성명서를 통해 부동산 채권의 안정적이고 질서 있는 발행을 유지하고 임대 주택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2월 주택 가격 하락세가 신규 주택과 중고주택 부문 모두에서 심화되자 중국 당국은 위기에 처한 시장을 구제해야 한다는 과제를 강조했다.

14일 중국 허베이성 북부 슝아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건물 현장. AP=연합뉴스

중국공상은행 왕징우 부행장은 부동산 개발회사 및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면서 부동산 부실대출 비율이 연초보다 0.77%p 감소한 5.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말 현재 공상은행의 부동산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조위안이 넘는데 이는 전체 대출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인쥬용 중국교통은행 부행장은 주택 판매 및 개발회사의 유동성 상태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에도 자산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여전히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브리핑에서 부동산 익스포저로 인한 전반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의 회복력을 파악하기 위해 대형 은행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업 은행의 총 이익은 2조38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부실채권 잔액은 3조2300억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