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 연준, 금리를 내릴 결심

2024-03-29 13:00:26 게재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하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내리는 정책 공조를 펼쳤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중앙은행들은 이번에는 일제히 금리를 인상했다. 이 같은 정책 공조의 중심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글로벌 중앙은행의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이 있었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이제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사정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각자도생 금리정책 시대 맞은 중앙은행들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주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금리인하 방향을 시사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를 확언했다. 중남미 지역 멕시코도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올해 3월 들어서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반면 대만 중앙은행은 22일 기준금리를 2.00%로 0.125% 포인트 인상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비롯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대만의 사정상 10%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물가상승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화가 해제되고 정책 차별화가 진행되는 ‘각자도생’의 시기를 맞은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연달아 통화정책 전환을 추진한 배경엔 사실상 Fed의 ‘태세전환’(Pivot)이 있다. 3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답변을 통해 향후 물가지표나 노동 관련 데이터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튀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3회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조만간 양적긴축(QT)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발언을 반겼지만 한편으로 Fed의 3월 FOMC 성명서를 보면 1월 성명서의 첫 문장 중 단 1개의 문구만 변경됐을 뿐이어서 갑작스런 태세전환의 배경에 시선이 쏠렸다. 1월 성명서의 첫 문장은 “최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일자리 증가는 작년초 이후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강하다...”인데, 이중 ‘작년 초 이후 완만해 졌지만(moderated since early last year but remain)’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3월 FOMC는 배경과 의도가 조금은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받는 가운데 파월이 금리를 내릴 ‘결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강하다.

금리인하 명분 쌓기 나선 미 연준

파월 의장의 결심에 가까운 의도는 22일(현지시간) ‘연준은 듣는다 : 포스트 팬데믹으로의 이행(Fed Listens :Transitioning to the Post-Pandemic Econom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다.(www. YouTube. com/Federalreserve를 통해서 시청 가능) 이 프로그램에 파월 의장과 제퍼슨 부의장, 월러 이사, 보우만 이사, 쿡 이사 등 5명의 연준 수뇌부들이 등장하고 6명의 패널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참가자 면면은 오클라호마주 콜로라도에서 가족 농업법인을 운영하는 농장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 소재 듀크대 간호대학 임시 부학장,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푸드뱅크센터 운영자,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소기업 운영자 등등이다.

이들은 “고금리에 사업이 힘들고, 농장 운영은 소득이 변변치 않은데 죽지 못해 하고 있고, 간호사처럼 힘든 직업은 점차 지원자가 줄고, 푸드뱅크에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미국 경제의 밑바닥 실상을 증언한다. 이러니 ‘이대로 높은 금리가 계속되면 이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준은 듣는다’는 약간의 의도가 보이는 기획이다. 무려 2시간 동안 유튜브로 생중계도 하면서.

Fed의 3회 금리인하 예고 여파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미 대선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인기가 약간 올랐다. 전체 주에서는 트럼프 47%, 바이든 43%다. 경합주에서는 애리조나(트럼프 48%>바이든 43%), 조지아(트럼프 49%>바이든 43%), 미시간(트럼프 45%=바이든 45%), 네바다( 트럼프 46%> 바이든 44%) 노스캐롤라이나(트럼프 58%>바이든 43%) 위스콘신(바이든 46%>트럼프 45%), 펜실베이니아(트럼프 45%=바이든 45%)로 위스콘신은 역전했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동률이다.

만약 바이든이 기존 강세지역에 이어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한다면 선거인단 기준 바이든 270 대 트럼프 268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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