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로 우뚝선 전기차 개발의 산실

2024-04-01 13:00:02 게재

[현대차·기아의 남양기술연구소 가보니]

실도로 주행하듯 장비 구축

다양·가혹한 테스트 반복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의 남양기술연구소. 1995년 출범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신차·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췄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EV),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각종 수상을 석권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 모사 … 신속 대응 = 지난달 27일 남양기술연구소의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신차가 양산에 이르기 전까지 충분한 성능 개발을 통해 EV 품질을 개선하고 확보하는 활동을 담당하는 곳이다.

시험실에 들어서자 좌우에 위치한 여러 개의 시험실 유리창 너머로 ‘위이잉’ 대는 모터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선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1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의 기본 특성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으로 단품 시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연구원들은 모니터를 통해 방금 시험된 모터의 토크, 전력, 전류 맵, 구동 및 시험 효율 특성에 대한 결과를 확인한다. 2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에 감속기, 구동축을 추가해 실제 차량의 구동계를 모사한 환경이 구축돼 있다.

4축 동력계 시험실은 실체 차량을 직접 구동해 사륜구동(AWD) 포함 구동계 전체의 시험 평가가 가능하다. 이날은 아이오닉 5가 시험대에 올라가 있었다. 대표적인 시험 항목으로 시스템 효율, 에너지 손실 분석, 냉각 및 열 관리 등이며, 전비 평가와 같은 인증 관련 시험도 이루어진다.

연구원이 장비를 가동하자 실제 아이오닉 5 차량 구동축에 연결된 장비가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차속에 따른 토크, 모터 온도, 소음·진동(NVH) 파형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이영준 전동화구동시험3팀장은 “실제 차량이 실도로에서 주행하는 것 처럼 유사한 장비를 구축해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신속한 원인 파악과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배터리 분석실’은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을 활용해 가·감속 제어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실내 온도 -40℃~ 60℃, 극한환경 재현 =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로봇시험실에서는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문을 여닫는 강도는 사람의 힘과 동일하며,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양연구소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압도적 기술력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상용환경 풍동실이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

제어실에 들어가자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비치된 환경풍동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환경풍동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풍동실 내부 천장 및 측면에 태양광(Solar) 장비가 설치돼 있다. 풍동실 안은 시험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맞춰져 있었다. 실제 45℃ 환경에 방치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보통 60℃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상부의 태양광 시스템이 이와 같은 온실효과를 동일하게 재현해 미국 현지 판매 조건으로 시험을 했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전세계에 이런 장비를 모두 갖춘 곳은 이곳 밖에 없다”며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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