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에 특혜논란' 특별법 우후죽순

2024-04-02 13:00:08 게재

지자체 “생존 위해 불가피한 선택” 항변

전문가 “정치적 협상 대상 전락” 우려도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2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용인시를 비롯해 경기 수원·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등 4개 특례시에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고층건물 건축 허가 등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갖고 있는 권한을 특례시장에게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곧바로 후속조치에 나섰다. 행안부는 3월 27일 ‘특례시 특별법 제정 TF’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고기동 차관이 회의를 주재해 신속한 법제화와 다양한 특례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발의됐다. 부산을 물류·금융·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에 소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2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는 윤 대통령이 4월 총선 전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행안부도 즉시 관련 TF를 구성하고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총선 이후에라도 21대 국회 회기 중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각종 행정·재정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이 잇따라 발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이미 법제화된 법안들도 적지 않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제정됐다. 중부내륙특별법은 수자원과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부내륙 8개 시·도 28개 시·군·구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각각 발전종합계획과 자연환경의 보전·이용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구 내 시행되는 사업에 대한 인허가 등 국가 지원 방안도 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제정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대구·경북 지역 핵심현안인 신공항 건설 단일사안을 위한 법안이다.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도 비슷한 형태다.

이처럼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원 특별법이 잇따라 제정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기존 법안으로는 특정 지역 발전을 견인할 정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화된 지원방안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일반 법안이 균형과 안배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특별한 지원’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세종에 이어 최근 제정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도 내용상 해당 지역에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이긴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하고, 구체적으로 맞춤형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실장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천편일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최근 추진되는 지역 지원 특별법은 맞춤형 과제들을 담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법 난립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시기가 문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특히 특정지역 관련 특별법이 대거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총선 시기가 아니어도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법안은 정치적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이 법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정한 규칙 없이 추진되는 누더기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은 특성상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발전계획이라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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