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000원의 아침과 3000원 김치찌개

2024-04-03 13:00:04 게재

지난 3월 29일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청년들이 또래를 위해 운영하는 밥집이 문을 열었다. 3000원짜리 김치찌개에 밥은 무한으로 제공하는 ‘청년밥상 문간’이다. 성북구 정릉점을 비롯해 관악구 낙성대점 등 기존 점포와 달리 ‘슬로우(slow)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밥과 찌개를 끓이고 손님을 맞는 일꾼들이 이른바 ‘느린학습자’, 경계성 지능인 청년들이다. 청년밥상 문간과 청년들의 부모, 복지관이 2년여에 걸쳐 준비한 결과물이다,

청년 먹거리와 함께 일자리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와중에 정부나 지자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공공은 대학과 함께하는 ‘1000원의 아침밥’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와 시·도 시·군·구가 각각 1000원씩 보태 대학생들이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해결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아침을 굶기 일쑤인 청년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든다.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곳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여기저기 번듯한 건물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학교들까지 공공이 보탤 필요가 있을까. 학생복지 개념으로 접근해 자체적으로 저렴한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을까. 학생들은 학기당 기백만원씩 하는 등록금을 내는, 대학 운영에 있어 근간이 되는 주요 구성원이 아닌가.

정부와 지자체가 대학생뿐 아니라 청년 전체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당연히 그 청년에는 대학생과 대학 밖 청년, 대학과 사회 사이에 있는 청소년까지 포함된다. 1000원의 아침밥 공식대로 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가 보탠다면 3000원짜리 김치찌개 집에서는 햄이니 참치니 청년이 선호하는 추가 재료 값만 내고도 맛있고 배부른 한끼를 먹을 수 있다.

김치찌개뿐 아니다. 공공이 나서면 비슷한 가격으로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식당이 줄을 서지 않을까. 서울시만 해도 자치구와 손잡고 노년층을 위한 동행식당을 선보이고 있다. 요식업계 청년창업과 연계하거나 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결합해 골목상권까지 함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학에서 외주를 맡기는 특정 업체에만 수익이 돌아가는 형태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허나 아직은 먼 얘기인 듯하다. 일부 지자체에서 공유식탁을 운영하긴 하지만 이용 가능한 숫자는 제한적이다. 문간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곳에 정부건 지자체건 손을 내밀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일시적인 기부에 그치거나 선거철을 맞아서는 도리어 덕을 보려는 정치인만 줄을 잇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진정한 미래라면 개인과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유통기한 만료를 앞둔 편의점 도시락이나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신 한끼라도 든든하게 해결하도록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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