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공모사업

도서관들, 공모사업 줄어 시름 깊어져

2024-04-11 13:00:02 게재

공공·작은도서관 "올해 유달리 사업 줄어"… 사서 진행 프로그램 늘리는 등 대안 마련

4월 12일은 법정기념일 ‘도서관의 날’이다. 이날부터 18일까지는 ‘도서관주간’으로 전국 도서관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은 올해 유달리 공모사업들이 진행되지 않아 연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 정부와 협회 등이 진행하는 공모사업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도서관 이용자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4월은 공공도서관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올해 각 공공도서관들은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협회 등 공모사업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작은도서관들도 공모사업이 줄어들면서 운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철민 서울시사서협의회 공동대표는 11일 “이전에도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공모사업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좋은 프로그램과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는 공모사업들이 없어지거나 축소된 경우가 많아 이마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송파위례도서관에서 열린 '독서아카데미'. 사진 송파위례도서관 제공

◆공모사업에 지원해 예산 확보 중요 = 서울 자치구 공공도서관들은 구 예산과 시 예산(구 예산의 10~20% 내외)으로 운영된다. 이 예산으로 공공도서관들은 책을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행사를 열고 사서들의 인건비를 지출하며 시설을 관리한다. 예산이 충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반드시 지출해야만 하는 책 구입, 시설 관리 등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게 된다. 프로그램이나 행사 운영 등은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도서관들은 정부와 협회 등의 공모사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간을 개선해왔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공공도서관들은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예산을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된 공공도서관들도 공모사업에 응하면 이용자들에게 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일부 공공도서관들의 경우, 공모사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서가 있어 연초에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확보한다. 한 공모사업 당 몇 백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규모로 크지 않은 지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공도서관에는 중요한 예산이다.

◆'미디어교육 평생교실' 등 진행 안해 = 그런데 최근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공모사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지난해 진행됐던 공모사업을 중심으로 한해 운영계획을 수립하는데 지난해에 비교해 공모사업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는 지적이다. 공모사업이 줄어든 데 따른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선, 지난해까지 진행돼 올해에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진행되지 않는 공모사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공모사업 중 하나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교육 평생교실’ 사업이다. ‘미디어교육 평생교실’ 사업은 공공도서관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지원해왔다. 공공도서관들은 이를 통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지원해왔다.

한국메세나협회의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 사업도 올해 진행되지 않는다.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의 경우 공공문화예술재단이 문화예술재단 및 기관의 공공형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매칭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 자치구 공공도서관 상당수가 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공공도서관들의 경우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의 지원을 받아왔다.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아카데미’ 사업도 올해 진행되지 않는다. 독서를 하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강의 프로그램을 5강, 1강, 15강 등 자율적으로 구성하면 강사료 등을 지원하던 사업이다.

◆사업 통합으로 개별 도서관 지원 줄어 = 통합 및 축소되면서 개별 공공도서관에 예산 지원이 줄어든 사업도 있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대표적이다.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을 주제로 강연과 체험, 지역 탐방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 진행돼 300여개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와 별도로 도서관을 대상으로 ‘도서관 지혜학교’ 사업이 진행됐다. ‘지혜학교’는 인문 주제로 하는 대학 교양 수준의 심화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개별 공공도서관들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5개 유형 중 2개 유형에 지원하고 ‘도서관 지혜학교’ 사업에 별도로 지원할 수 있었다.

‘길 위의 인문학’ 및 ‘지혜학교’ 사업은 올해도 계속되지만 통합돼 운영되면서 개별 공공도서관이 받는 지원이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생활문화시설 길 위의 인문학’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 통합돼 도서관 박물관 생활문화시설을 대상으로 지원하게 된다. ‘지혜학교’ 사업의 경우에도 도서관뿐 아니라 박물관과 생활문화시설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됐다. 이에 올해 개별 공공도서관들은 ‘길 위의 인문학’에 2개 프로그램 혹은 ‘길 위의 인문학’과 ‘지혜학교’에 각각 1개 프로그램씩 지원할 수 있다.

또 개별 공공도서관 입장에서는 1개 프로그램 당 최대 지원받는 금액이 줄었다. 올해 ‘길 위의 인문학’과 ‘지혜학교’는 프로그램 당 10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길 위의 인문학’의 경우, △자유기획 기본, 중장기형은 각각 900만원, 보급형은 400만원 △참여형은 1700만원 △사회확산형은 1300만원 △거점연계형은 2000만원이 지원됐다.

서울 한 공공도서관 관장은 “지난해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2개 유형에서 25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아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공공도서관의 경우 예산이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곳에 예산을 사용하다 보면 프로그램 운영 예산이 빠듯해 공모사업에 의존하게 되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공모사업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서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지역의 다른 기관들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도서관도 고군분투 = 작은도서관들도 공모사업이 줄어 힘들어하고 있다. 우선, 올해 문체부의 ‘작은도서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진행되지 않는다. ‘작은도서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문화 취약 지역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주간에 독서문화활동을 지원해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돼왔다. 문체부의 ‘작은도서관 책친구 지원’ 사업은 규모가 줄어들었다. ‘작은도서관 책친구 지원’ 사업은 작은도서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를 책친구로 지정, 지원해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도서관 수와 함께 개별 도서관당 지원이 줄었다.

이은주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은 “중앙 정부 독서문화예산이 줄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예산을 줄이는 기조로 정책을 펼치면서 현장 작은도서관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올해는 특히 예산이 확 줄었다는 것이 실감이 되는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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