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 연구, 민관 협력으로 함께 가는 길

2024-04-23 13:00:01 게재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 기후변화 자원부족 인구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은 더 높은 파고를 마주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면 대처 가능했던 문제가 요즘엔 분야를 뛰어넘는 집단지성이 움직여야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농업 연구에서 협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공공기관은 농업 분야의 지속가능성 환경보호 공공성 등을 고려해 문제해결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제시하고 민간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상업화해 시장에 적용한다. 협업은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제공하게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현재 민간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화훼 분야에서는 도심 속 미적 자원으로 공공 화훼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종묘회사와 함께 만든 열대풍 거리화단 모델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도 잘 자라는 열대성 식물로 거리를 풍성하게 꾸미는 것이 핵심이다. 20개 정부기관, 지자체와 현장에서 실증한 결과 적용 가능성이 크고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지자체는 도심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고 종묘회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화훼류의 새로운 수요처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화훼산업에 활력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기업과 다양한 연구 추진

수입의존도가 높은 약용작물은 중앙-지방 역할 분담과 민관 협업을 통해 원료 국산화를 위한 품종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감초는 충북 제천에 신품종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전북 익산, 충남 금산, 경기 평택 등에 보급을 확대해 산업화 진입을 꾀하고 있다. 단삼 황해쑥 또한 화장품과 약의 원료로 쓸 수 있도록 바이오기업체 제약회사와 연계해 제품출시를 준비 중이다.

참당귀와 황기는 둘을 혼합한 복합원료의 기능성을 밝히고 산업화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기능성 자생식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보급하면 생산농가는 새로운 소득원을 찾고, 산업체는 품질이 보증된 원료를 사용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

과수는 개발된 품종을 지역별 특화 품종으로 육성하고, 민간과 연계해 유통·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노란 여름사과 ‘골든볼’은 대구 군위에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묘목 생산과 과일 유통은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맡았다. 색이 잘 들고 모양이 우수한 사과 ‘컬러플’은 강원도 홍천군에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해 기술을 지원 중이다. ‘컬러플’은 국내 육성품종을 전문으로 유통·판매하는 업체에서 전량 매입해 홍보와 판매를 주관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신품종 과일은 시장 진입 초기 판매처를 구하기 어렵고 도매가격이 낮아 수익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지역과 함께 전문 단지화해 생산하면 농업인은 좋은 가격으로 출하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소비자는 품질 좋은 과일을 맛볼 수 있으니 생산자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이 같은 모델은 다른 작목에서도 확대 적용 중이다. 협업은 새로운 연구 문화를 만들고 산업 발전을 가속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협업으로 농업의 불확실성 뛰어넘어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들려주듯 각자의 역할에 맞춰 함께 협력하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더 오래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 독주할 수 없는 혁신의 길, 함께 손잡고 갈 때 농업의 불확실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