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가능한가

2024-04-25 13:00:01 게재

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주가는 기업 이익이나 가치가 동일한데도 선진국, 심지어는 개발도상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평가될까. 중앙일보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장기업 주식가격이 40% 혹은 50% 이상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일본 상장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대만 상장기업 PBR은 2.4배다. 반면 우리나라는 1배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이슈보고서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로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주환원 결여, 수익성과 성장성의 부족이다.

그 다음 중요한 요인으로는 기업지배구조 취약성,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이었다. 단기투자 성향과 지정학적 위험 등 외부에서 많이 언급되는 요인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미흡, 성장성 부족, 그리고 회계 불투명성 등은 기업지배구조 취약성에서 초래한 것이다.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요인은 바로 거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배구조 취약성 탓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한 후 정부가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반응이 밋밋했던 이유가 기업 지배구조 취약성 해소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일본은 2014년 6월부터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고, 2015년 6월부터는 동경거래소 상장기업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적용했다. 기업지배구조의 적정성을 높여 정책실행 환경을 조성하고 지난해부터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정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과 경영진 견제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독립사외이사제의 본격적 도입이다. 일본의 경우 독립이사들은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도모, 경영감독, 회사와 경영진・지배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감독, 소수주주 및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 등 책무를 진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들의 적절한 활용이 기업의 성장과 위험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한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지배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주주환원 미흡,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나 도덕적 해이 등이 여전하고 상장기업 주가 저평가도 그대로다.

독립성 갖춘 이사회 제도화가 핵심

독립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업전략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경영진의 위험감수 환경을 정비하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영진·지배주주에 대한 실효성 높은 감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딛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명성과 성장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