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중국인들 ‘절약여행 떠났다’

2024-05-07 13:00:02 게재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보다 여행건수 늘었지만 1인당 여행 지출금액은 감소

최근 5일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중국인들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알뜰여행, 절약여행 분위기 속에 1인당 여행 지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6일 블룸버그는 중국 문화관광부 자료를 인용해 6일 여행객들이 2019년 연휴보다 28.2% 더 많은 여행을 했지만 전체 소비 규모는 13.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중화권 이코노미스트 미셸 람은 “이는 노동절 연휴 기간 여행자 1인당 지출이 2019년 대비 11.5% 감소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것에는 열심이지만 소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참고로 2019년 노동절 연휴는 올해 연휴보다 하루 짧았다.

최근 산업 활동 회복에 따른 경제성장률 반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소비에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1분기 중국인 4명 중 1명 미만이 더 많은 소비를 원한 반면, 저축을 원하는 인구 비율은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난 5일 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5월 1일 전국적으로 총 2070만명의 여행객이 철도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 하루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역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중국의 철도 이용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제로 코로나라는 엄격한 통제에서 벗어난 이후 중국 여행객들의 소비 방식 변화가 이번 연휴를 통해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이 5일 낸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인기가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저렴한 여행지와 소도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립닷컴의 애널리스트 왕 야레이는 “소도시는 관광객들에게 편안한 휴가를 가능하게 했고 가성비가 더 좋았다”면서 “1·2선 도시에서 숙박과 식사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이 더 저렴하고 인적이 드문 명소를 찾으면서 소도시의 관광을 홍보하는 소셜 미디어 계정은 조회수가 폭발했다. 중국의 고속철도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자동차 보유율이 높아지면서 여행객들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여행사 퉁청트래블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와 서부의 3선 이하 도시에 있는 호텔과 관광지 예약은 연휴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더 많은 항공 노선을 복원하고 더 많은 국가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확대하면서 연휴 기간 동안 내국인 및 외국인 관광이 모두 탄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휴 동안 중국인은 19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났고, 180만명의 방문객이 중국에 입국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미국, 호주, 영국이 주요 장거리 여행지였으며 홍콩, 마카오, 동남아시아, 일본, 한국이 단거리 여행지로 인기가 높았다.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는 예약이 3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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