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더 외롭고 우울한 노인들

2024-05-08 13:00:02 게재

노인 인구 증가 속 1인가구도 급증 … 외로움·빈곤 ‘이중고’에 시달려

저출산·고령화로 급증하고 있는 노년층이 자녀와 따로 사는 소위 ‘독거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빈곤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1인 세대 수는 전체 세대(2402만1667개)의 41.8%(1003만9114개)에 달했다.

특히 전체 1인 세대 중 70대 이상이 세대주인 경우가 199만1879개(19.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85만9565개(18.5%)로 뒤를 이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정부와 전문가들은 올해 ‘1000만 노인, 1000만 1인가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2000년도에 337만2000명으로 300만명대로 늘더니 2017년 700만명대, 2020년 800만명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973만명을 기록해 올해 10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1인 가구도 지난해 연말 993만가구로 집계돼 올해 1000만가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문제는 1인가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독거노인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독거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2명 이상 함께 사는 노인 가구 월평균 소득(375만7000원)의 절반 이하다.

동거노인 가구는 61.2%가 취업했지만, 독거노인 가구는 41%만 취업했다. 취업의 질도 동거노인 취업 가구는 상용근로자 23.9%, 임시근로자 22.3%였지만 독거노인 취업 가구는 임시근로자 45.1%, 상용근로자 11.6%로 대비됐다.

독거노인은 취업의 양과 질이 모두 동거노인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좀 나을 뿐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동거노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 빈곤율은 40.4%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2%로 한국의 1/3에 불과하다. 특히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절반을 넘어선 52.0%로 OECD 평균보다 35.4%p 높다.

노인층의 경제적 빈곤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고독사 비율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7.2%로 전체 절반을 육박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제주시 한 여관 5층 객실 화장실 바닥에 백골 상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시신은 이 여관에 거주하던 70대 독거 노인 A씨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는 2021년 하반기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타살 가능성은 없다. A씨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이 당시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A씨는 2021년 상반기에 여관이 문을 닫았는데도 계속 객실에 머물다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가정을 꾸리지 않은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이 여관 월세방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가족은 형제만 있지만,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A씨는 평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동이 불편했다.

또한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자살자 1만2906명에서 60대 이상은 4687명으로 36.3%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6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모든 세대 중 자살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보건·복지 예산은 2014년 6조3848억원에서 올해 25조6483억원으로 10년 새 4배 규모로 늘었다. 액수는 늘었지만, 전체에서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3%대에 머물렀다.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등 예산을 늘렸지만, 노인 건강관리나 요양시설 확충 등 예산은 큰 변화가 없었다.

박기훈 서울사이버대 교수(사회복지전공)는 “노인 문제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빈곤, 낮은 건강 상태, 돌봄으로부터의 방치”라며 “특히 경제적 빈곤은 노인 우울과 외로움을 심화시켜 자살과 고독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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