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경쟁력 제고 위한 전력계통 확충 시급하다

2024-05-09 13:00:01 게재

과거 대규모 순환 정전과 여름철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를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전력수요 증가의 대부분은 산업용 전기소비량 증대에서 기인한다. 그 요인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 수요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시설로 IT인프라의 중추적 기반이자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기소비량이 2026년 약 1000TWh에 이르러 2022년 소비량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도 2022년 1.8GW에서 2029년 49.4GW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급증은 전력부족이 AI 산업 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인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산업에서도 전력은 중요하다. 첨단산업은 특수한 환경에 고도의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 또 정전과 같은 전력 공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력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도전받는 안정적 고품질 전력공급

전력의 중요성은 첨단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강·석유화학 등 고탄소산업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는 주요한 탄소감축 수단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철강기업은 최종목표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의 가교로서 전기로를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기로의 경우 기존 고로(용광로)에 비해 탄소배출은 적지만 전기소비량은 많기 때문에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기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 특성인 주파수와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을 통해 전력공급의 연속성(무정전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품질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전례 없는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같은 변동성 전원 비중이 확대되고 발전소와 전력소비지의 입지 차이로 인한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이를 해결할 전력인프라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이 심화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국내 주력제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정적 전력수급이 위협 받는 지금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최우선 과제는 신속한 전력계통 확충이다. 현재 다수의 발전사업 인허가는 전력계통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조건부 허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력계통 보강은 전기 수송뿐 아니라 생산과 전력산업의 비용최소화에 기여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적기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배전망을 신속하게 보강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전력망 건설에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기업선택권 확대 방향으로 정책 설계해야

이와 함께 가격기능을 활용해 신규 송전망 건설수요 최적화에 기여하고 전기소비자인 기업의 선택권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