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나선 친윤…더 커지는 ‘한동훈 출마론’

2024-05-09 13:00:41 게재

친윤, 전당대회 ‘어대한’ 얘기 나오자 일제히 견제구

일부 보수 “윤 정부가 망친 보수, 한이 재건해 달라”

한, 전당대회 불출마? “차기 원톱 위상 상실할 수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만 하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얘기가 나오자, 친윤에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제히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친윤이 한 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윤석열정부가 망친 보수를 재건해 달라”는 여권 내부의 요구가 커지는 모습이다.

8일 친윤에서는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견제구를 쏟아냈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번에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근저에는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선거에서 졌으니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 불출마했다는 얘기다. 자신보다 책임이 큰 한 전 위원장은 당연히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 국) 심판론만 내세운 건 아니고 여러 가지를 했지만, 그것이 부각되는 바람에 (정권심판론과) 대비 자체는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됐다”며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전략을 비판했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시비가 붙었다. 여권에서는 전당대회가 늦춰질수록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건이 나아진다고 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황 비대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 가능성을 비친 것과 관련, “6말7초쯤 전당대회를 빨리 해 조기에 당 지도 체제를 정비하고 당을 혁신하자는 데 총의가 모아졌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한 전 위원장 출마를 막으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친윤이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자,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뚜렷해지면서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일부 보수층과 당원 사이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하루빨리 전면에 나서 윤 대통령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보수를 구해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차기 유력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도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차기 주자 조사(4월 16~18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24%, 한동훈 15%, 조 국 7%, 이준석·홍준표 3%, 원희룡 2% 등으로 나타났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전 이뤄진 3월 조사(24%)보다 9%p나 하락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공백기가 길어지면 한 전 위원장 지지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출마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한 전 위원장이 보수진영의 차기 경쟁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주자가 부상하면 원톱 위상을 상실할 수 있다. 그 점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를 건너뛰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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