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대선출마 지자체 ‘역효과’ 속앓이
지역현안 대선공약 채택요구 ‘역풍’
저출생·기후대응 성과 확산 평가도
단체장이 대선 경선에 참여한 지자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당 단체장이 내건 지역 주요 공약을 다른 정당·후보에게 제안하기 어려워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조기 대선의 특징 중 하나가 광역단체장들의 출마 러시다. 한때는 시·도지사 17명 중 12명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실제 선거전에 뛰어든 단체장만 홍준표·김동연·유정복·이철우 등 4명이다.
하지만 단체장들의 중간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우선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1차 경선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선에서 얻은 중간 득표율은 5%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마지막까지 생존할 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자 단체장이 대선 경선에 참여한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데 대선 공약만큼 유력한 방법이 없다”며 “실현 의지나 가능성이 관건이긴 하지만 지역 현안이 대통령 당선자 공약으로 채택된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해당 지자체는 지역공약을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제안하고 대선공약으로 채택되기 바라지만, 아무래도 경쟁자였던 만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구시·경북도 핵심과제인 통합신공항 건설이나 인천시 숙원인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다른 지자체 간부공무원은 “대선후보로 나선 단체장의 핵심 정책을 다른 당과 후보에게 공약으로 받아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체장 때문에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행보 때문에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규모 산불피해나 지하터널 공사장 붕괴사고 같은 재난 발생 지역의 경우 단체장이 현장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출마를 위해 단체장이 임명한 주요 산하기관장과 참모들이 대거 사퇴해 선거운동에 나선 것도 지자체 행정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체장들이 대선후보로 나서면 지역문제보다 정치에 몰두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행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도전을 지방자치 발전의 성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유정복 인천시장이 내놓은 자치분권 개헌과 인천형 저출생 정책, 김동연 경기지사가 기후경제부 신설을 공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단체장은 “시·도지사들이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았고, 이재명·김경수 후보도 단체장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단순한 인물 평가보다는 단체장의 지자체 경영 성적으로 국가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