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다시 태어나면 살고 싶은 나라

'제도'가 아닌 '문화'를 바꿔라

2014-04-25 10:32:28 게재

'법과 규정'이 없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었다. 재난안전법을 새롭게 만들었고 통합 콘트롤타워도 정비한 뒤였다. 매뉴얼은 매우 자세하고 세밀하게 준비돼 있었다.

정부는 허둥지둥댔다. 구조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은 법과 매뉴얼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은 '훈련과 대비'를 귀찮게 생각하고 등한시하는 데서 나왔다. 소명의식, 직업윤리, 배려와 희생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과주의 중심의 문화 탓이라고 했고 '다시 태어나면 살고 싶은 나라'의 저자들은 '상상력 부재'라고 했다. 겉모습만 선진국을 닮았다. 내면은 과거 모습 그대로다.

이 책은 유럽에서 공부하고 있는 15명의 청년들이 보고 들은 생활현장보고서다. 철학, 공학, 경제, 정치학 등 다양한 렌즈를 통해 들여다봤다. 거리, 슈퍼마켓, 도서관, 병원, 버스에서 바라본 유럽의 모습에 우리나라를 비춰보기도 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 핀란드, 벨기에, 독일,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등 11개 국가가 망라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연구대상'에 올라가 있는 국가들이다.

박근혜정부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은 얼마 전에 대통령이 다녀온 독일이다. 독일은 '통일대박'의 선발주자로 치부됐다. 독일 뮌헨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민혜씨는 그러나 통독의 효과를 내는 데엔 단순한 통일의지와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오나치가 주도한 츠비카우 3인조 테러단 사건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독일을 소개했다. 독일 보훔대학 의과대학 본과과정의 장보문 씨는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을 짚어냈다. '복지가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도 비쳤다.

'다시 태어나면 살고 싶은 나라'는 '행복'을 꺼내들었다. 행복을 '감정'으로 보지 않았다. 이 또한 '문화'였고 '배려'였다. 취업, 육아, 주거,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했다. 그 뒤엔 '정치의 힘'이 버티고 있었다. 국회의원이 비즈니스석에 탄 것이 '스캔들'로 표현됐다. 합의할 때까지 합의하는 네덜란드는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한림국제대학원 정치경영연구소에서 엮었다. 최태욱 소장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비전위 간사로 일하면서 유럽을 관통하는 '문화'를 한국의 제도에 심으려고 노력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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