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부초기대응 3대 부실│① 조기대응 발목잡은 엉터리 보고

해경·해수부 '늑장·허위보고' 참사 키웠다

2014-05-21 10:44:22 게재

사고상황 청와대 보고되는 동안 배 전복 … 해경은 구조자 부풀리기, 해수부는 배 뒤집혀도 '사망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사고'에 그칠 수 있었다. 무책임한 선사와 선장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를 신속히 수습하는 것은 정부 몫이었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정부의 재난 조기대응 실패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16일, 참사의 조짐은 정부의 느리고 부실한 보고에서 시작됐다. 당시 사고상황이 해경으로부터 관계부처, 청와대까지 전달되는 동안 세월호는 승객 태반을 실은 채 전복됐다. 보고내용마저 엉터리다보니 관계부처 장관과 대통령까지 상황을 오판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해경청, 상황보고 25분 뜸들여 =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달 16일 오전 8시 48분 무리한 변침 때문에 8시 52분 좌현으로 약 30도 기울었다. 그리고 약 1시간 30분만인 10시17분 108.1도로 완전히 전복됐다. 이 급박한 시간을 해경과 안전행정부, 청와대는 늑장보고로 허비했다.

이날 오전 8시52분 전남 119상황실이 최초 신고접수를 받은 후 전남경찰청, 목포해경 상황실에 신고가 빗발쳤다.

목포해경은 9시 5분, 해양경찰청 등에 '상황보고서 1보'를 팩스로 보냈다.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중인 세월호가 침수 중 침몰위험이 있다고 신고한 사항'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해양경찰청은 20여분간 뜸을 들이더니 9시30분에야 청와대,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국방부, 소방방재청 등에 목포해경과 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상황보고서를 올렸다.

김현(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경은 9시19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21분 해수부 상황실에 유선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만으로 30분 가까이 보고가 지연된 이유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긴급대응이 가능한 기관들에 대한 상황전파를 우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행부는 해경 보고를 받기 전인 9시19분, 뉴스속보로 상황을 먼저 인지했다. 중앙안전상황실은 9시25분 충남 아산의 경찰교육원 행사에 참여 중이던 강병규 장관에게 비서실장을 통해 유선으로, 6분 후인 9시31분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에 단체문자로 상황을 전파했다. 해경에서 청와대까지 보고가 완료될 때쯤인 9시34분, 세월호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 침수한계선(갑판 높이 홀수)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선내 승객들의 탈출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장관·대통령마저 '상황오판' =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강병규 안행부 장관의 언행을 살펴보면 이들이 부실한 보고를 받고 상황을 오판했을 가능성이 높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오전 경찰간부후보 졸업 및 임용식 참석을 위해 충남 아산시에 있는 경찰교육원을 방문했다. 이 곳에서 오전 9시25분쯤 사고발생 보고를 받고, 9시39분 중대본 구성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곧장 현장으로 가지 않고 오전 10시37분 졸업식에 참석, 기념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이더니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헬기로 목포 서해해경청에 도착했다. 상황의 긴박함을 인식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60도 이상 기울고 완전히 전복되기 직전인 오전 10시에야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객실과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해 구조에서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고 '뒷북' 지시를 내렸다. 상황파악이 30분 이상 늦었다는 얘기다.

◆'370명 구조' 허위보고 미스터리 = 청와대는 사고 초기 어떤 내용의 상황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10시 이후 해경과 해수부의 보고 곳곳에서 발견되는 '거짓말'과 '부풀리기'로 미루어보면 사실과 다른 '낙관적'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 진선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해경과 119의 교신내용을 보면 세월호가 완전전복을 앞두고 있던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10분쯤 해경은 "배가 침몰됐다"며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얘기냐"는 119의 질문에 "네, 그렇게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이후 10시 49분에도 119와의 교신에서 "79명을 구조하고 나머지 400여명은 구조 안됐다"며 '참사' 가능성을 전했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해수부 종합상황실은 10시7분부터 11시 20분까지 청와대에 "인명피해 없음"이라고 쓴 보고서만 3차례 올렸다. 인명피해를 직접 언급한 11시50분에도 배 안에 갇힌 300여명은 무시한 채 '사망자 1명' '구조 162명'으로 보고했을 뿐이다.

이날 낮 1시에는 '총 370명 구조'라는 최악의 허위보고가 이뤄졌다. 해경이 사고당일 작성한 '목포, 항해중인 여객선 침수사고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이날 낮 12시 30분까지 170명(사망 2명 포함)이 구조됐고 오후 1시 진도행정선에서 190명을 추가 구조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내용은 다른 보고서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기입한 담당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 2시간만에 번복되면서 막대한 혼란이 빚어졌던 만큼 정확한 사실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경이) 이날 9시 10분경 전부처에 '심각' 상황으로 전파했다면 보다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확인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쏟아낸 잘못된 정보로 수많은 가족들은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져버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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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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