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부단체장도 공모하라고?

2014-06-24 12:20:44 게재

안행부, 지난해 제정 대통령령 근거로 강제

"지방자치 역행, 지방 무시" 지자체들 반발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이 정무부시장·부지사 임명절차를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부단체장을 임명하면서 그동안 시행해오지 않던 공모절차를 거치라는 중앙정부의 요구 때문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정무부시장·부지사를 임명하려면 '지방별정직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들은 이 조례보다는 경력경쟁임용 절차를 통해 정무부시장·부지사를 임명해왔다.

지자체들이 이 방법을 선호한 이유는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조례에 따르면 공고를 내고 임용시험을 치르는 등 공모절차를 거쳐 부단체장을 임명해야 하지만 경력경쟁임용 절차를 따르면(1급 공무원의 경우) 이런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장의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를 기준으로 임용하는 정무부시장·부지사 자리를 공고와 공모 절차를 거쳐 뽑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다.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더 이상 이런 관행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행부는 지난해 12월 12일 처음 제정된 지방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대통령령)을 근거로 내밀었다. 이 규정에는 비서관·비서나 외국인·북한이탈주민, 자문대사를 제외한 모든 지방별정직공무원은 공모절차를 통해 임용하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정무부시장·부지사는 예외조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안행부는 경력경쟁임용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정무부시장·부지사는 '1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으로 '1급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절차를 따르는 것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지자체들이 공모를 거쳐 정무부시장·부지사를 뽑으라고 강제한 셈이다. 안행부는 지난 18일 지자체 관련부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안행부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자체가 안행부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13일 정무부시장 임용 공고를 내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충남도는 23일 안희정 지사 이름으로 정무부지사 내정자를 발표했다. 공고나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무부지사는 공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충남도 인사담당 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지방공무원과 관계자는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이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는 시의회에서 인사청문회 성격의 인사간담회 절차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따를 경우 임용 때까지 최대 2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신임 시장이 취임하면 곧바로 정무부시장을 임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2개월이나 공석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 당선인이 관련 규정을 만든 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이여서 안행부 태도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안행부와 다른 지역 눈치를 살피다 신임 단체장이 취임하면 지침을 받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정무부시장에 차관급인 정무직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지방자치 시대에 다른 지자체에도 부단체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정무부단체장의 특수성을 잘아는 안행부가 관련 규정을 만들면서 이 정도 배려도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여전히 지방을 무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기수 안행부 자치제도정책관은 "단체장이 특별한 절차 없이 부단체장을 임용할 수도 있겠지만 공모란 절차를 거쳐 지역에 알려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며 "특히 지역에 따라 행정업무를 다루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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