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없는 세상 여성이 웃어야 세상이 웃죠!

2014-07-04 13:05:22 게재

여성주간에 즈음해... 파주 성폭력 상담소를 찾아서

“평소 행실이 안 좋아서 그랬겠지.”
“치마가 짧아서 그랬겠지.”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중의 왜곡된 사회통념과 성의식으로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매년 7월1일~7월7일은 ‘여성주간’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여성이기에 겪는 고통과 불이익으로 신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주간을 맞아 성폭력 및 가정폭력에 대한 지원과 상담,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양 파주 여성민우회 부설, 파주 성폭력 상담소를 찾아가 봤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부설, 파주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상담 및 지원활동과 아울러 성폭력 교육과 예방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안선희 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성폭력 상담원 및 강사들. 

“평소 행실이 안 좋았을 거라고요?”
부끄러운 양성평등의 현주소

“성폭력 피해자를 두고 평소 행실이 안 좋았을 거라느니, 치마가 짧아서 그랬다느니 도리어 피해자에게 폭력의 원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파주 성폭력 상담소 안선희 소장의 말이다. 
“폭력은 나보다 힘과 지위가 약한 대상을 내 마음대로 하려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여성이나 장애인이 대표적인 경우죠. 그래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회에서는 여성폭력 발생빈도가 높습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하위권에 속한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가 밝힌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glass ceiling) 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다. 또 OECD회원국 가운데 성범죄 발생률은 2위이다.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변화가 시급함을 말해준다.
“성폭력의 경우 아는 사람에 의한 경우가 80%정도로 피해자가 겪는 심적 고통은 상당합니다. 또 가정폭력의 경우에도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친밀감 상실, 자괴감 등으로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듯, 큰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여성 홀로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사회구조도 문제시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중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해온 여성이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태에서 쉽사리 폭력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죠.” 
실제로 2013년도 국가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7.5%로 남성의 37.2%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 비정규직 한 달 평균 임금은 113만원 수준이며 여성 비정규직 4명 중 1명은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멈춰! 우리와 함께 해요”

고양 파주 여성민우회 부설, 파주 성폭력 상담소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상담 및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성폭력 예방교육 및 캠페인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 및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1년 개소, 지난해 금촌에서 운정행복센터 행정동으로 이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상담 이외에도 사례에 따라 심리적 지원, 의료지원, 법적지원 등을 제공한다. 필요한 경우 상담사가 피해자와 병원에 직접 동행, 의료비 지원을 연계하기도 하고, 경찰이나 검찰 수사가 필요한 경우 상담사가 동석해줌으로써 피해자의 심적 부담과 어려움을 덜어주기도 한다. 또 재판까지 가는 사안에 대해서는 상담사가 신뢰관계인으로 재판장에 동석도 한다. 법률지원이 필요한 경우 무료법률상담도 연계한다. 
이와 함께 성폭력 예방을 위해 유치원, 학교, 장애인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해 몇 차례씩 성폭력예방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파주지역 12개 장애인 시설에 대해 성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특히 성교육의 경우, 생물학적 성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주의에 입각,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왜곡된 성의식과 그릇된 사회통념을 바로잡아 평등한 인간의 권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 밖에 성폭력상담원 및 성교육강사 양성에도 힘써 심도 깊은 이론적 지식 배양과 다양한 사례연구 활동을 통해 강사와 상담원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피해자를 만나는 상담원들은 보람의 순간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접하게 된다. 안선희 소장은 “누가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법의 논리에서는 무죄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지적장애인이나 아동 등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정확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그러한 사례”라며 “그럴 때에는 피해자가 겪는 무력감과 절망감을 우리도 똑같이 겪게 된다”며 현실적인 벽을 토로했다.

일상에서의 성희롱부터 관대한 문화 버려야

성폭력, 가정폭력, 어디서부터 손 봐야 할까? 안 소장은 “먼저 일상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에서부터 관대한 문화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보는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우리 주변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인식 전환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성 평등을 지향하고 전반적인 성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교육강사, 이화선(39)씨는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많은 수가 생물학적 성교육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은 결국 폭력에 대한 교육이며 가장 기본적인 인권 교육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원 및 강사로 활동하는 조진실(46)씨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형성된 남녀의 지위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회통념으로 강하게 남아있다”며 “자라나는 세대가 이런 통념을 그대로 교육받고 성장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파주 성폭력 상담소 : 031-946-0366
* 여성 긴급 전화 : 국번 없이 1366 (24시간)
* 위기에 처해있거나 급한 용무일 경우: 국번 없이 112 (경찰)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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