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문학이란 한적한 시골길의 가로등

2014-07-18 11:17:39 게재
아시아/김형수 지음/1만2000원

작가 김형수는 글쓰기를 삶에 비유한다. 쓰는 일과 사는 일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문학이 무엇인지를 솔직담백하게 묻고 답하는 문예창작의 원론쯤에 해당한다.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가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사실은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문학인가 묻는 사람에게 내놓은 저자의 답이다.

이런 구절들에서는 진솔한 자기 고백의 목소리를 듣는 듯도 하다.

"인간은 흔들리면서, 뼈아프게 후회하면서, 자기 성찰의 낯 뜨거운 시간들을 견디면서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슬그머니 계몽주의로부터 독립해 나왔습니다. 자기 시대를 껴안고 공동체와 더불어 뒹굴고 이웃과 연대하는 노래를 앞장서 부르는 것이 굉장히 뜨겁고 아름다운 가치이지만, 그것을 절대화 혹은 신념화 하다 보면 생산적 회의를 놓쳐버리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됩니다."

책머리에 보니 저자는 그동안 든든한 배후가 돼주었던 아내가 병마와 일대 격전을 치르는 중에 원고를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음을 알게 된다.

"언제나 늠름하던 그 모습 그대로 어서 나의 가난 속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30년의 글쓰기, 15년의 문학강의를 정리한 책이자 병마와 싸우는 아내에게 보내는 헌사와도 같다.

작가 김형수는 본래 시와 소설, 평론 등 여러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자로, 문예담론의 생산자로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광활한 몽골초원을 배경으로 한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조드-가난한 성자'의 작가이기도 하며 '문익환 평전', 고 은 시인과의 대화록 '두 세기의 달빛'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85년 '민중시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민족문학 논쟁을 이끌어온 대표논객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 시집 '빗방울에 대한 추억', 장편소설 '나의 트롯트 시대',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등이 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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