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4500원이 비싸다고?

2014-09-12 11:06:57 게재

OECD 국가 중 최저수준

"7000원은 돼야 금연효과"

정부가 11일 담뱃값을 2000원 더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담뱃값 4500원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거나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담뱃값은 터무니없이 싸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최저수준으로 회원국 평균가격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의 2012년 건강통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담뱃값이 1만6477원으로 가장 비싸다. 현재 우리나라 담뱃값보다 6.5배 비싸고 4500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3.6배 더 비싸다. 두번째로 높은 호주의 담뱃값도 1만6364원이다. 그 다음 뉴질랜드 1만3182원, 영국이 1만1705원이다. 담뱃값이 높은 이들 나라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21%~28%로 매우 낮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49%(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43.7%)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 연간 5만명이 흡연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2012년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은 20.3~24%로 성인흡연율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청소년의 높은 흡연율은 미래 국민건강을 위태롭게 만드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금연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2004년 참여정부 당시 담뱃값 500원을 올렸을 때,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12%p 감소해 성과가 확인됐다. 특히 청소년 흡연율이 6개월간 2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5년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비준국으로 가입했지만 아직 담배규제 이행의무를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담뱃갑에 경고 그림 그리기, 포괄적인 담배 광고 금지 등의 입법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금연전도사'로 통하는 박재갑 서울대의대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담뱃값을 7000원 이상으로 올리고 담배구매 실명제 등 흡연자 국가 관리가 시행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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