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키워드’만 기억하면 서술형 평가는 끝!

2014-09-15 10:01:08 게재

서술형 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으려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김선미(14)양은 서술형 평가가 늘 부담스럽다. 어떻게 써야 좋은 점수를 받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김양의 엄마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도움을 주고 싶어도 기준을 모르니 방법이 없다. “아이가 1학기 기말고사 서술형 평가에서 부분점수를 받았는데, 아이가 쓴 답을 보니 뭘 잘못 기재한 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창의성을 발휘해서 풍부하게 답을 써야 좋은 점수를 받는 걸까요?”
서술형 평가는 기존 단답형 평가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했다. 2009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확대 시행되며 현재 중간 기말 고사에서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서술형 평가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입시에서 비중이 높아진 내신은 물론, 특히 올해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성취평가제’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육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절대평가로 인해 입시에서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가 어렵게 될 경우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교육기관 등에서는 서술형 평가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평소 충분한 대비를 해야 서술형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문제를 출제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학교 현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교사들은 서술형 문제의 경우 객관식 문항보다 더 단순하고 평이하게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객관식은 문제를 포괄적으로 제출할 수 있어 폭 넓은 지식을 확인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술형 평가는 단순화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 의도 정확히 파악해 서술하는 것이 핵심 =

처음 서술형 평가가 도입된 배경은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를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이 서술형 평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 상황은 다르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는 “서술형 평가가 적용된 초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정확한 해답의 근거와 배점 기준이 없으면 논란거리가 되더라”며 “이후부터는 서술형 평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술형 평가 본연의 의도가 많이 퇴색됐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 의견. 천안서여자중학교 김수동 교사(국어)는 “서술형 평가라고 해서 다양한 지문을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답안을 내도록 할 경우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워지고 배점 기준 자체도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아 자칫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기준에 부합한 해답을 적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의 판단으로 창의적이고도 독창적인 것이 좋은 답안이 아니라 출제된 문제가 제시한 범위 안에 정확히 맞아야 좋은 답안이라는 것. 설화중학교 전유근 교사(과학)는 “중간 기말고사의 경우 내신으로 산출되고 입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제3자가 봤을 때 정확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문제를 출제할 때 같은 교과목 교사들이 모여 문제의 근거와 배점, 허용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준을 정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가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은 반영되지 않는 걸까. 그 부분은 수행평가에서 담당하고 있다.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중간 기말고사에서 서술형 평가를 크게 활용할 수 없고 오히려 객관식 문항이 폭 넓은 지식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창의적인 서술형은 수행평가에서 확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우지 않은 공식 적용해 문제 풀면 감점 =

중학교에서 수학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중간 기말고사는 학기마다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해답을 적어서는 안된다”며 “가끔 선행을 한 학생들이 아직 배우지 않은 문제풀이를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학교시험에서는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술형 평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학교마다 선생님들이 모여 그해 시험의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평가기준이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맞춤법이 틀렸을 경우 감점 여부에 대한 것들. 하지만 큰 범위 안에서는 대략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교사들은 모두 ‘교과서’를 지목했다. 천안부성중학교 배재성 교사(사회)는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배점기준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려면 교과서 지문에서 문제를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선생님들 대부분 서술형 평가를 교과서 지문에서 제출하고 답도 교과서 용어를 쓰도록 한다”며 “교과서를 여러 번 읽어보고, 내용을 잘 이해하며 중요한 ‘키워드’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서술형 평가 대비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때, 시험에서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할 점. 서술형 평가의 경우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 자체에서 아예 범위를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수동 교사는 “문제를 낼 때 몇 음절, 몇 글자 이내라든가 어떤 단어를 포함해서 서술하라고 하는 등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답안에 적용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학교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서술형 평가 대비법&학생들이 잘 저지르는 실수’

천안서여자중학교 김수동 부장교사
국어 - 교과서 학습활동 문제풀이를 주목

시험 전에 배점, 부분점수 등에 대해 서답형 문항 채점기준표를 정한다. 의미와 특징을 서술하라고 한 경우 둘 중 하나만 썼을 경우에는 어떻게 배점할 것인가 등 정확한 기준이 없으면 결과에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채점기준표는 꼼꼼히 마련한다.
교육 여건 상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제는 제출하기 어렵다. ‘몇 음절 내외’라든가 ‘본문에서 찾아 한 문장으로 쓴다’ 등 아예 조건을 거는 문제가 많다. 이 기준에 정확히 맞는 답안을 적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국어과목 특성 상 맞춤법 등은 다른 교과목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편이다.
교과서 학습활동을 보면 단원마다 문제풀이 나오는 곳이 있는데, 이 부분을 잘 읽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설화중학교 전유근 교사
과학 - 키워드 정확히 제시하고 서술하는 것 중요

사회 등 인문계열에서 요구하는 답과 과학계열 요구 답안이 다르다. 과학의 경우 키워드가 정확히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문제를 출제할 때 정확하게 키워드를 쓸 수 있게 한다. 의미는 알고 있는 듯 한데, 정확한 키워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분점수가 들어갈 수 있다. 두루뭉술하게 서술하고 키워드를 빠트리는 경우가있는데, 이런 경우는 교과목 교사들끼리 상의해서 어떻게 배점할 지 결정한다.
서술형 평가를 준비할 때는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해답의 기준을 제시하려면 교과서가 가장 좋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과서를 많이 활용한다.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이나 개념 등을 잘 읽고 정확한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

천안부성중학교 배재성 교사
사회 - “서술형 평가 답은 교과서에 나와 있다”

서술형 평가는 기준을 잡기 어렵다.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고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는 인문학이다 보니 제한이 없으면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성취기준 학습목표에 근거해서 교과서를 주로 활용한다. 교과서 지문을 활용하고, 용어도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제시한다. 답은 교과서에 나와 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문장을 써야 하는데 키워드만 던지거나 대화체로 풀어쓰는 경우가 있다. 실제, 아이들이 문장 쓰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기도 한다. 서술형 평가의 좋은 점은 한 문장 두 문장이라도 쓰게 한다는 점이다. 평소 단답형 지식이 아니라 문장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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