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어둠 속의 시/고백의 형식들 /끝나지 않은 대화

청년 이성복의 시를 만난다

2014-09-19 10:56:22 게재
"지금 저는 영문자 'Q'로써 제 시적 여정을 생각해 본답니다. 저는 이제 원래 시작했던 지점에 다시 왔고-이번 책 세 권이 Q의 마지막 궁글림에 해당하지요-이제 그 남은 꼬리 부분이 여우 꼬리처럼 길지, 아니며 돼지 꼬리처럼 짧을지,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지요. 어떻든 남은 여생-꼬리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 즉 1976~1985년의 지점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어요"

열화당 / 이성복 지음 /어둠 속의 시 1만5000원 / 고백의 형식들 1만3000원 /끝나지 않은 대화 1만4000원

이성복 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최근 미간행 시와 산문, 대담을 묶은 세 권의 책을 펴냈다. 시집 '어둠 속의 시' 산문집 '고백의 형식들' 대담집 '끝나지 않은 대화'가 그것이다. 40년 동안 시 쓰기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둠 속의 시'는 1970~80년대 쓴 미간행 시들을 묶은 책. 1980년 청년 이성복에게는 시가 전부였다.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살았던 당시 탄생시켰던 시들을 다시 불러냈다. 시인 특유의 감각적 언어를 사용해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비정상의 도시에 대한 아픔을 드러낸다.

산문집 '고백의 형식들'에는 1976~2014년 사이에 쓴 산문 21편이 담겨 있다. 여러 산문들은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이 세상은 어떠한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산문 '시에 대한 각서'에서 시인은 "사람의 지옥은 시의 낙원이다. 시 쓰는 사람은 필히 더럽고 불편한 삶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담집 '끝나지 않은 대화'에는 1983~2014년 사이에 이뤄진 대담 16편이 실렸다. 시인 이성복의 고민과 인간 이성복의 일상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숨겨진 시인의 모습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대담들은 대부분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발표했을 때 이뤄진 것으로 당시 그가 품고 있던 삶의 화두와 함께 그 화두를 어떻게 시로 형상화했는지 보여준다.

세 권의 책들은 출판사 열화당이 '인문열화 200년'이라는 이름 아래 내놓은 첫 번째 출판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