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또 없던 일로

2014-11-28 11:13:58 게재

개신교 반발에 '흐지부지'

46년째 논의만 하다 끝나

선거없는 올해 '골든타임'

정부가 추진하던 종교인 과세 도입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어렵게 됐다. 대형교회 등이 속한 일부 개신교단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열쇠를 쥔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고려해 사실상 종교인 과세 도입을 접은 상태다. 야당 역시 굳이 '총대를 매지 않겠다'는 기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6일 지정한 세입부수법안에도 종교인 과세를 담은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28일 "개신교계 반대가 극심해 올해도 종교인 과세 도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천주교와 불교 등은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보수성향의 주요 개신교단이 반대하고 있어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주체와 담뱃세 인상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제대로 논의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지난 24일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일 정도다. 지난 24일 국회 조세소위와 개신교 4개 교단, 천주교, 불교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부 개신교단은 "종교전쟁하자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간담회 직후 "(개신교계의 반발을 고려해서) 정부가 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여당 내에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개신교계와 대립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도 높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정치권의 법안심사를 유도했다. 지난해 이후 종교인과세 논의는 사회적 논쟁을 넘어 실제 입법을 위한 심사로 격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일부 종교계가 반발하자 정부는 올해 초 수정안을 다시 낼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소득세 '원천징수' 방침을 '자진신고·납부'로 대폭 완화했다. 또 수정안에는 저소득 종교인에게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개신교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면서 결국 입법화에 실패하게 됐다.

선거가 없는 올해는 종교인과세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올해를 넘기면 오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등 선거들이 줄을 잇는다. 이 때문에 종교인 과세 문제가 상당기간 표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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