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정지한 아픈 시간의 기억

2014-12-12 12:22:28 게재
멈춰버린 세월 / 아마존의나비 / 사진 주하아린 / 1만3400원

지난 11월 11일, 정부가 세월호 수색중단을 선언했다. 참사 210일 만이었다. 남은 실종자는 9명. 그리고 한 달, 세월호의 슬픔은 또 '그날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중이다. 이상한 반복.

'멈춰버린 세월'은 잠실 아이파크에 헬기가 충돌했던 2013년 11월 16일, 안개 자욱한 잠실대교 사진에서 시작한다. 그리곤 '안녕들 하십니까' 피켓을 든 청년과 안녕치 못한 대한민국, 철도파업과 세월호 참사, 추모 행렬과 특별법 논란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사진은 기억이자 슬픔인가. 세월호 참사는 기억을 지우려는 자와 잊지 않으려는 자들의 거대한 싸움이 벌어지는 '크레바스(crevasse)'처럼 그려졌다. 틈새는 사진가 주하아린의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왔고, 드꼼마의 문자 가운데에서 정지했다. 저자들은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그날 오전 8시 48분 시간은 멈췄다"며 "멈춰버린 세월은 병든 세월과 동의어"라고 했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퍼질러 김밥을 먹는 희생자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김밥'은 시간의 압축이다. 저자는 "딸의 영정을 안은 채로 김밥을 우겨넣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나는 기필코 헤아릴 수가 없다"고 썼다. '물속에 아직 남은 아홉 사람'을 향한 헌정에 가슴이 아린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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