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대선공약 실천부터"

2015-01-30 11:19:05 게재

한국노총 정책간담회

"정부·대기업 나서야"

박근혜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놓고 노사정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해결의 출발점을 대선공약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전문가 정책간담회에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효율성(유연성)과 노동자 안정성 양 측면 중 어느 한 쪽으로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한국은 지나친 유연화로 인한 불안정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돼 왔다"며 "지난 대선공약은 이를 반영한 안정성이 강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노동관련 공약은 △고용률 70% △상시 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2020년까지 연평균 노동시간 OECD 수준으로 단축 △최저임금 수준 개선과 근로감독 강화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 강화 등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안정성에 무게가 실린 공약들이다.

◆사라진 대선공약 =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박근혜정부에서 '고용률 70%' 이외의 공약은 대부분 실종됐고, 대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제가 대신 차지했다는 것이 김 위원 분석이다.

이러던 것이 지난해 11월 하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론' 발언을 시작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다시 박근혜정부 노동정책 제1의 과제로 부활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그 종합판인 셈이다.

김 위원은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3월 합의를 목표로 논의 중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비롯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향에 대해 "온갖 식상한 재고품 다 늘어놓고 3월말까지 패키지 협상하자고 할 게 아니라 2년 동안 방치해 온 대선공약부터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착시효과 교정해야" = 그는 또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몰려있고, 비정규직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있어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해 온 정부 측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가 223만명(전체 노동자의 12.1%)이고,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30만명(13.4%)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사업체 규모 변수가 잘못 설계된 데 따른 '착시효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이를 김 위원이 통계청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 시행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2012년 정부부문과 민간부문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는 모두 696만명(43.7%)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민간부문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는 436만명이고, 비정규직은 162만명(37.3%)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김 위원은 "정부와 대기업 노동정책 방향이 노동시장에 직접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정부와 대기업 저임금 비정규직만 해소하더라도 문제의 절반은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0대 재벌부터 바꿔야 = 김 위원은 특히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재벌그룹의 비정규직부터 상시지속적 일자리,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10대 재벌 노동자 120만명 중 비정규직은 43만명(36.3%)으로 기간제 등 직접고용이 7만명(6.1%),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이 36만명(30.2%)이다. 대부분 불법파견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재벌계열사 사내하청을 직접고용 등으로 바뀌게 되면 법과 원칙도 지키고, 대선공약도 이행하게 되는 일거양득이라고 충고했다.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가령 10대 재벌그룹 비정규직 전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연봉이 1천만원씩 오른다고 했을 경우 약 4.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2013년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522조원에 이른다. 사내유보금의 0.8%만 투자하면 43만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비정규직 문제까지 해소된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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