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IT 융합형 산업), 개도국 내 금융격차 좁히고 공익에 기여"

2015-02-05 14:02:08 게재

영 가디언지, 핀테크 Q&A … 아프리카의 낙후한 금융환경 극복사례 조명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 열풍이 거세다. 우리나라도 범금융 대토론회까지 열며 인터넷 전문은행 등 핀테크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3일(현지시간) 영국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은 '핀테크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의 고질적 '금융격차'를 줄이고 있는 핀테크 사례 등을 짚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한 상점에서 모바일 송금서비스 '엠페사'(M-Pesa)를 취급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엠페사는 은행계좌가 없어도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핀테크' 서비스다. 사진 출처 M-Pesa 홈페이지

■핀테크가 뭔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IT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핀테크 신생기업(start-up)들은 해외 송금 외에도 온라인 결제,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진화하며 기존 금융권이 갖고 있던 문제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임란 굴람후세인왈라 씨는 "단순히 말해 금융서비스 분야의 기술 응용프로그램"이라며 "파괴적 혁신의 경영모델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양한 기능을 포괄하는 제품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엠페사(M-Pesa)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엠페사는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휴대폰 서비스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7년 케냐에서 시작된 엠페사는 2015년 현재 케냐 성인의 68%가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대략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 엠페사를 통해 거래된다.

모델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은행계좌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동네 슈퍼나 잡화상 등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장소에 돈을 주면, 전화기 계정에 돈이 등록된다. 다른 사용자에게 문자 등 SMS를 통해 송금할 수 있다. 계좌에 있는 돈을 현금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거나 택시 요금을 낼 때도 엠페사를 통해 지불할 수 있다.

케냐에서 엠페사가 단시일 내 성공한 배경은 바로 고질적 금융격차였다. 은행업이 낙후돼 있어 도시를 벗어나면 은행지점은 물론이고 ATM을 찾기도 어렵다. 따라서 교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집안에 돈을 보관해왔고, 다른 지역의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는 버스 운전기사에게 맡기는 원시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불어닥친 모바일혁명 덕분에 엠페사 같은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단시간 내 퍼졌다. 케냐가 위치한 동아프리카는 모바일 금융분야에서 세계 최선두다. 금융격차가 '금융 포용성'(financial inclusion)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

■왜 지금 화두인가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이 다시 부는 모양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금융기술 신생기업들은 2008~2013년 4억6130만파운드(7583억원)를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았다. 2014년 4분기는 핀테크 역사상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기간이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유럽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 'Level39'의 에릭 반 데 클레이지 씨는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한다. 우선 그는 "금융위기로 몇몇 거대 금융회사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부과된 새로운 규제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금융서비스 비용을 줄여야 했다. 핀테크를 성장시킬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금융위기로 많은 이들이 해고되면서 가난하지만 똑똑한 인재들이 대거 기존 금융권 밖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은행업의 불필요한 요소를 어떻게 개선할지, 기존 은행과 경쟁하려면 어떤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지 등을 집중 연구했다.

고객알기제도(KYC;Know Your Customer:금융기관의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고객의 신원,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거래목적 등을 금융기관이 확인함으로써 고객에 대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는 제도)나 자금세탁방지제도(AML;Anti-Money Laundering)도 이들의 아이디어다.

■기존 금융업의 미래는

실리콘밸리은행의 제럴드 브래드 씨는 "어떤 분야든 혁신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낸다"며 "핀테크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살아남지만, 나머지는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에릭 반 데 클레이지 씨는 핀테크가 파괴적 혁신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대형은행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엔 반대한다. 그는 "대형은행들은 다양하고 많은 혁신들을 시도할 여유를 갖고 있다"며 "핀테크 혁신자들을 고용할 수도 있고, 그들을 파트너 삼아 흥미진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대체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상품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굴람후세인왈라 씨는 "대다수의 핀테크기업은 전통적 은행을 몰아내기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기존 금융인프라에 '숟가락 얹기'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사회적 공익에 어떻게 기여하나

첫째 금융격차를 해결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약 70%가 교외 지역에 산다. 15% 미만의 국민들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핀테크 서비스 기업인 비캐시(bKash)를 통해 휴대폰으로 돈을 주고받는다. 금융격차가 개발도상국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굳은다짐 재단'(Resolution Foundation)에 따르면 영국 가정 4%가 은행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 아지모(Azimo)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같은 회사들은 해외 송금 수수료를 투명하게 산정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다. 반면 전통적 은행업에서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셋째, 익명의 다수로부터 소액을 투자받는 크라우드펀딩이나 마이크로금융 플랫폼을 마련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가난한 개인들도 쉽게 대출 받도록 해준다.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렌드위드케어(Lendwithcare)사의 트레이시 호너 씨는 "5년 전 사업을 시작한 이래 2만1000명의 사람들로부터 600만파운드(98억원)를 모아 개발도상국에 있는 1만7000개의 기업들에 대출해줬다"고 말했다. 노미넷트러스트 사의 댄 수치 씨에 따르면 '모디스트 니드'(Modest Needs) 사는 일반인들로부터 10~15달러의 자금을 받아 미국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소액 긴급보조금을 대출해준다. 영국 페니(Pennies)사는 고객이 자신의 구매 포인트를 모아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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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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