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회도서관 이은철 관장

"혁신위 구성해 입법 지원 강화하겠다"

2015-02-23 12:50:56 게재

"도서관, 정책 우선순위에 놓여야" … "이용자 교류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도서관의 미래"

지금까지 국회도서관은 도서관보다는 '국회'에 방점이 찍힌 기관이었다. 개관 이래 정치인이 관장에 임명돼 국회도서관을 이끌었던 것은 그런 인식에서 비롯했다.
 

이은철 국회도서관 관장은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제24대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한국사립대학교 도서관협의회 회장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사진 이의종

1987년부터 차관급 국회도서관장은 제1야당이, 장관급 국회사무총장은 여당이 추천해 왔다. 여야 합의 아래 이 원칙이 세워진 이후 국회도서관장직은 정치인들이 '쉬어가는 자리'였다. 다행히 지난해 말 국회도서관장 추천 자격을 갖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문가에게 국회도서관장직을 돌려주자'는 결단을 내렸다.

올해로 국회도서관 개관 63년째, 국회도서관은 최초로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를 관장으로 맞이했다. 임명된 지 50여일 가까이 된 17일에 만난 이은철 관장은 전문가 관장으로 임명된 데 대한 의욕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는 듯 했다.

개관 이래 첫 전문가 관장, 국회도서관 안팎서 환영

"전문가가 관장이 됐다는 데서 오는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욕구가 있다"

이은철 관장은 달라진 국회도서관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교수를 지낸 이 관장은 모든 국회도서관 사서들과 넓은 의미에서 사제지간이자 선후배 사이다. 으레 '도서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정치인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 선배가 왔다니 '일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가 관장이 된 것은, 국회도서관 밖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다. 국회도서관이 '국민의 것'이라고 인정받았다는 의미 때문이다. 이 관장은 "국민들로부터 전문가가 국회도서관장이 되니 '역시 다르다'는 평을 듣고 싶다"면서 "앞으로 계속 전문가가 관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 시각으로 서비스 진단

이달 초, 이 관장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입법 지원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할 국회도서관 서비스 체계의 전반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 위함이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국가가 바르게 간다'는 의미다. 국회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 관장은 "의원들이 제대로 법을 만들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국회도서관의 역할인데 의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안 되거나 깊이가 덜한 서비스가 있었다"면서 "비슷하거나 불필요한 서비스들을 통폐합시켜 국회도서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에 도서관 중요성 알릴 터"

이 관장은 국회도서관 자료구입비 예산을 늘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올해 확보된 자료구입비 48억원은 어지간한 대학 도서관의 자료구입비보다 적다. 예산이 지금보다 2~3배는 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관장은 "국회도서관은, 어느 도서관에도 없는 자료인데 이곳에 가면 찾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중요한 종이책과 함께 디지털 자료들을 확보하는 것은 소위 '돈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증액 등 국회도서관이 역할에 맞는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수라는 것이 이 관장의 생각이다. 이는 국회도서관뿐 아니라 모든 도서관에 해당되는 문제다.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발등의 불'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이 관장은 "도서관에 투자를 하는 만큼 이익이 난다는 것을 인식시켜 정책 우선순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지도자들이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사회적으로 이를 환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장은 "의원들에게 도서관의 중요성을 알리고 내년에 총선 때는 의원들에게 도서관 관련 공약을 만들어 제안할 것"이라면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도서관에 기부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그런 사례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분관의 필요성, '지역 복합도서관'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국회도서관을 보다 더 개방하는 것은 이 관장의 과제다.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 구축된 좋은 자료들이 의원들에게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 이 관장의 생각이다. 사실, 국회도서관 앞에 길이 난 것은 10여년밖에 안 됐다. 그 이전에는 국회 정문에서 '어디에 방문하러 왔는지' 설명해야 했다. 그 만큼 국회도서관은 일반인들에겐 '닫힌' 공간이었다.

이 관장은 "세금으로 지어진 국회도서관은 국민의 것"이라면서 "폐가식으로 구성된 많은 공간들을 이용자 친화적인 개가식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분관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규모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도서관이 나섰다.

국회도서관 분관에는 본관을 '그대로 반사한다'는 의미의 미러링 시스템(mirroring system)을 갖춰 본관의 모든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디지털 자료는 물론, 소장 자료 역시 2~3권씩 납본을 받으면 1권은 분관에 보내 본관과 분관의 자료를 일치시키겠다는 포부다.

특히 국회도서관 분관은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사람들끼리 교류가 적어질수록 역설적으로 집의 '거실'과 같은 생활문화공간이 강조된다는 것이 이 관장의 설명이다.

이용자들은 도서관에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치유를 받을 수 있다. 이 관장은 분관이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통합이용 추진

국립중앙도서관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주된 과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소위 '경쟁 관계'였다. 보통 도서관 선진국들은 출판물 등에 대해 망라적 수집을 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역할과 입법 지원을 하는 국회도서관 역할을 하나의 도서관이 수행한다.

이 관장은 "우리나라의 두 도서관은, '쟤네 뭐 하지'라며 곁눈질을 하고 '통합하면 손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이 꿈꾸는 국립중앙도서관과의 협력은,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나의 이용증으로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을 출입하고 하나의 아이디(ID)로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것 등이다. 사서가 아니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관장은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뿐 아니라 행정자치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도 국가 지원 보고서들이 많다"면서 "이를 모두 통합, 지금까지 어떤 연구가 나왔는지 살펴 중복이 안 되게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담 남봉우 편집위원, 정리 송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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