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한국인까지 가담한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의 발호

문명의 충돌? … 종교로 포장한 무장단체일 뿐

2015-02-25 13:49:00 게재

불안한 현지 정세가 극단적인 'IS' 만들어 … 정세 바뀌면 소멸 가능성

지난 2001년 이슬람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9·11 테러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 10여년이 지났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Islamic State 이슬람국가)가 새로이 등장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S는 인질을 참수하거나 화형시키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이슬람에 잔인함의 이미지를 강하게 덧씌우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이를 모방한 덴마크 테러 사건으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무장단체들은 이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테러를 자행하면서 '문명(특히 종교)간 충돌' 이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들의 테러는 종교적 이유보다 정치경제적 요인이 더 크다.

◆이라크·시리아 정세가 IS 등장의 원인 = IS의 등장을 단순히 이슬람 이념을 신봉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일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IS 등장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불안한 현지 정세"라며 "지역의 불안정성을 틈타 반군 세력 중 극단주의 노선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독자적인 투쟁노선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수한 후 말리키 시아파 정부는 종파 분열을 조장했다. 극심한 종파간 분쟁 속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지하디스트 조직인 IS가 급부상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산유왕정이 시리아 내전에서 반 아사드 세력을 키우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쏟아부은 자금과 무기가 IS의 성장을 돕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IS가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정치적 상황에서 나온 반군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통일된 수니파 이슬람 국가 창건 목표 = IS는 무자비한 종파 학살을 통해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프랑스 제국주의의 입맛에 따라 결정된 중동의 현재 국경선을 없애고 통일된 수니파 이슬람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의 주된 적은 역내 세속주의 독재자도, 서구도 아닌 시아파나 타 종교인이다.

이들은 이슬람 주류 사회는 물론 알카에다마저도 등을 돌렸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그런 만큼 IS는 미국과 유럽 본토에 대한 테러 시도를 계속하고 중동에 흩어져 있는 이들 시민의 납치와 암살을 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IS는 암시장에서 원유를 팔고 외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받으며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갈취하거나 은행을 털어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의 테러단체와 달리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IS는 SNS를 즐겨 사용하며 동영상을 게재해 자신들의 행동을 홍보하고 있다. SNS를 활용한 IS의 포섭방식에 우리나라의 10대 소년도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장 연구위원은 "홍보 선전물을 영어로 제작하여 전 세계를 청중으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조직원의 상당수가 서구 출신"이라고 밝혔다.

◆정세 변하면 세력 줄어들듯 = IS가 종교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실 반군에 불과한 만큼 주변 정세가 변화하면 세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IS의 세력 확장은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 조직과 제도 운영의 경험이 있는 관료와 군인들이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랍 사회주의자 바아트 당원들과 급진 교조주의 지하디스트의 공존은 말리키 정부라는 공동의 적 때문에 일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어서 이들의 '오월동주'가 끝나면 IS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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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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