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우리 동네 진로주치의 ‘강서 키다리아저씨’

2015-03-04 23:21:48 게재

진로ㆍ진학상담, 학교가 아닌 마을에서 해결하다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성적 중심의 진학지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갖고 있는 적성과 소질 등을 찾도록 진로 상담에 나선 이들이 있다. 그것도 학교나 학원이 아닌 마을에서 재능기부로 아이들의 진로탐색과 진로설계를 돕는다.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들, 우리 동네 진로주치의 ‘강서 키다리아저씨’들이다.

2015, 신개념 진로상담 프로젝트
지난 1월 31일 토요일 오전 10시, 강서양천 민중의 집 ‘사람과 공간’에서는 ‘키다리아저씨’들이 마련한 진로상담 프로젝트 ‘강서 키다리아저씨와 함께하는 드림하이(dream high)’ 에 초등학생 10여명이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진로 찾기’의 밑바탕이 되는 수업으로 1차 집단 상담에 이어 2번째로 진행됐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진로를 찾는데 도움을 받았다.
우리 동네 진로주치의 ‘키다리아저씨’(공동대표: 김성길, 한정희, 남덕현)는 청소년 진로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모임으로 지난해 5월 결성됐다. ‘진로주치의’는 주치의에서 따온 말로 청소년과 일반인 누구든지 한 개인의 생애 진로발달을 지원해 주는 진로·직업상담사를 뜻한다. 여기에 ‘우리 동네’를 더해 마을공동체임을 강조했다.
이들이 마을에서 ‘진로교육’을 시작한 것은 진로교육을 위해 마을의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직업상담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는 김성길 키다리아저씨 공동대표는 “실질적인 진로교육은 마을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직업상담협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전한다.

 

진로·진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

이들의 모임 장소는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강서양천 민중의집'이다. 이곳은 지역 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출자해 만든 공간으로 무엇보다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도움 줄 수 있는 김포공항, 서울도시지하철, 한국가스공사, 지역 병원 등이 연관돼 있다. 마을공동체 소식을 들은 강서양천 민중의집 회원들은 적극 동참했고 공간 후원도 약속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공모해 782만 원까지 지원받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전담하는 만큼 ‘키다리아저씨’들은 전문가로 구성됐다. 직업상담사, 청소년상담사, 청소년지도사, 임상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국가기술자격이나 진로진학상담교사 등 전문자격소지자, 현재 유관 분야 종사자로 제한을 뒀다. 비록 주민모임이지만 청소년들에 대한 상담은 직업소개 차원을 넘어서 정서적 상담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원 제한 조건 때문에 ‘진로주치의’를 10여명이나 모을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35명이나 지원했고 지난해 12월 ‘우리동네주치의 직무교육’을 3주간 진행했다. 개인사정으로 빠진 4명을 제외하고 31명 모두가 현재 키다리아저씨의 전문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키다리아저씨에게 진로 상담을 받고 싶다면?

진로주치의 양성 교육이 끝나자 강서양천지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진로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일명 ‘강서 키다리아저씨와 함께하는 드림하이(dream high)’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나는 누구인가 ▲진로탐색 및 진로목표 설정 ▲진로 포트폴리오 작성 등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1차로 34명이 모집됐다.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2번에 걸친 집단 상담을 거쳐 올해 6월까지 1:1로 진로주치의를 매칭해 진로계획을 진단해주고 정서적 후견인 역할까지 할 계획이다. 4~5월경에는 아이들마다 관심 있는 직업별로 직업직무체험도 2군데 이상씩 진행한다.
신혜정 회원은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민중의집 회원이기도 한 임진희 회원은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라며 “한 개인이나 학교가 아니라 지역의 기업, 교육청, 구청, 구의회 등 공공기관과 청소년상담소 등 유관기관, 마을넷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단상담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경선 회원은 “진로는 크면서 바뀐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나를 도와준 이웃의 어른들이 있구나’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전한다.
강서 키다리아저씨는 ▲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진로 및 직업상담 ▲지역 내 진로교육 인적 인프라(진로주치의) 양성 및 구축 ▲자유학기제 대비 진로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 ▲진로교육 관련 지역산업체 연계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교육에 초점을 둔다.
우리 동네 주치의 강서 키다리아저씨에게 진로 상담을 받고 싶다면 ‘키다리아저씨’ 카페에 신청하거나 ‘강서양천 민중의집’으로 예약을 해도 된다. 학교에서도 진로진학에 도움을 받고 싶다면 언제든지 ‘키다리아저씨’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미니인터뷰

김성길 공동대표

“강서양천지역에 청소년 진로상담과 직업 상담을 지원해줄 수 있는 큰 인적 역량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키다리아저씨’는 우리 동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승민 회원

“진로 상담을 했다고 해서 한 번에 아이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계속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고 진로가 결정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의 진로가 걱정된다면 고민하지 말고 ‘키다리아저씨’의 도움을 받으세요.”


박정은 회원

“진로진학 상담사로 학교에서 진로특강을 해보면 강사 대비 학생 수가 많아 전문 상담은 힘들죠. ‘키다리아저씨’는 1:1로 심도 있는 상담을 나눌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관심을 가져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랍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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