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재병원> 아이의 미각을 깨우는 이유식 쿠킹 클래스

2015-06-05 15:34:52 게재

“세상의 맛을 처음 경험하는 이유식, 엄마는 아이의 맛 안내자”

  일반적으로 아기가 생후 4~6개월이 되면 서서히 이유식을 시작하게 된다. 이유식은 모유나 분유만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한다는 의미 외에 향후 식습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엄마들의 각별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이 이유식 과정에 들어서면서 소위 ‘멘붕’에 빠진다. 이유식 책에 나온 대로 분명 만들었건만, 정작 아이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면? 이유는 분명 있다. 이쯤 되면 자신이 만든 이유식이 얼마만큼 아이를 배려하고 있는 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유재병원 오정신 영양사는 “이유식은 요리와 다르다.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제대로 된 미각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생애 최초 맛을 소개하는 안내자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허유재 병원이 마련한 ‘아이의 미각을 깨우는 이유식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 보았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오픈 클래스  
 허유재병원 이유식 쿠킹클래스는 이유식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부모들을 위해 마련한 강좌다. 조아정 팀장(허유재 병원)은 “본래 병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지만 더 많은 어머니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오픈 클래스로 확대됐다”고 강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유식 쿠킹클래스는 허유재병원에서 근무하는 영양사가 직접 기획부터 자료 준비, 진행 등을 맡고 있다. 조 팀장은 “이유식을 시작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이론 수업과 실습으로 강좌가 구성된다”고 소개했다.
 이론 수업은 올바른 이유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됐다. 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한 오정신 영양사는 “이유식은 아기 밥이 아니다”라고 먼저 강조했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모유에 있고, 이유식은 한 살이 되기 전까지 밥을 먹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라는 것. 때문에 이유식의 섭취 양을 두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올바른 식습관 형성의 기초가 잘 잡히고 있는가의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단다.

 

엄마에게 맛있는 이유식이 아이도 잘 먹어

그렇다면 어떠한 훈련이 필요할까? 먼저 하루에 3번 규칙적 식사가 이뤄지는가, 성장단계에 따라 씹고 삼키는 훈련이 잘 되고 있는가, 일정 개월 수가 됐을 때 수저나 컵 등의 도구 사용이 원활한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오정신 영양사는 이유식을 통한 ‘맛’ 훈련을 강조했다. 오 영양사는 “엄마 젖을 떼고 처음 세상의 맛을 보는 단계가 이유식 과정이다. 때문에 이유식은 아이의 미각을 살리는 훈련이어야 하며, 엄마는 맛에 대한 생애 최초 소개자라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엄마에게 맛있는 이유식이어야 아이도 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흔히 많은 엄마들이 책에 나온 방식대로 이유식을 만들어주지만, 정작 아이가 먹지 않는 것은 식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크다는 것. 또한 오 영양사는 “이유식이 끝나고 아이가 먹는 밥은 우리 집 냉장고에서 나오는 식재료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아이의 영양 균형을 고려하되, 우리 집에서 즐겨먹는 재료에 익숙해지도록 이유식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식은 미각을 깨우는 과정인 만큼 다양한 맛을 만나는 기쁨을 알려주어야 하며, 부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그만큼 맛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재료의 맛, 충분히 살려낼 수 있도록 조리해야
 이론 강좌가 끝나고 자리를 이동해 조리 실습이 이뤄졌다. 실습 메뉴는 생후 6~7개월에 적합한 닭고기 야채죽, 8~9개월 영아를 위한 참깨 소고기죽, 간식 대용의 핑커푸드 고구마경단이다. 재료와 실습 도구 모두 병원 측에서 제공하기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한결 편하게 실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양사 조리 팁을 하나하나 새겨 넣으며 신중히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습 과정에서도 강조된 것은 편식 없이 다양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에 맞춰졌다. 오 영양사는 “이유식 만들기는 식재료를 이해하고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는 장보기에서부터 출발한다”며 “되도록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이유식을 미리 만들어 냉동시켰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는 것은 맛이 변하므로 피해야 하고 차라리 원재료를 냉동시키고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길 권했다. ‘주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맛있는 이유식일 때 맛에 대한 첫 기억을 좋게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가 끝나고 엄마들의 강좌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생후 8개월 아기를 둔 어유선 씨는 “책에서 시키는 대로 만들어 주곤 했는데, 그동안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었던 것 같다”며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많이 얻고 간다”고 전했다.

<강좌 후기>
  

(왼쪽부터 윤황진, 이상미, 서주아)

▶윤황진 씨
“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관련 책을 3권이나 구입했죠. 나름대로 책들을 비교도 해가며 준비한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어요. 바로 우리아이에게 세상의 맛의 처음 소개하는 이가 엄마라는 거지요. 그러한 생각 없이 무조건 책에서 소개되는 재료로 만들어줬지만 앞으로는 우리 아기 미각을 살리는 이유식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미 씨
“ 넷째 아이의 이유식 때문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유식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어요. 생활 속에서 잘못된 요리 습관, 편식 없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됐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이유식을 만드는 법 이상의 배움이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서주아씨
“생후 5개월 아이가 있어요. 이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인터라 강좌 신청을 했지요. 이유식을 시작할 때 주의점을 비롯해 이유식 책에 나오지 않는 알짜 팁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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