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의 파수꾼 | 맹석주 경기 안산 원곡다문화파출소장

"외국인이 범칙금 더 잘 내요"

2015-06-08 10:52:44 게재
경기 안산 원곡다문화파출소 입구에는 기존 경찰의 포돌·포순이가 아닌 자체 캐릭터인 다복·다순이 캐릭터가 있다.

오른쪽에는 다복·다순이가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 어린이를 두 팔로 품고 있는 그림이 있다. 왼쪽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9개국 국기가 그려져 있다.

올 2월 자원해 부임한 맹석주(44·경감·사진) 소장은 "자기나라 국기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가는 외국인이 있다"며 "외국인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곡동은 안산역 맞은편으로 반월·시화공단에서 가장 가까운 주거지역으로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외국노동자들이 산다.

원곡파출소 관내에는 원곡본동 주민 3만1000여명이 거주한다. 대부분 조선족 등 중국 국적(67%)이다. 그 다음 으로 베트남, 필리핀 등 66개국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미등록체류자 등을 합하면 외국인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곡본동에는 2009년 5월 전국최초로 지정된 다문화특구가 있다. 특구에는 '다문화거리, 다문화음식거리, 국경없는 공원'등이 있다. 이곳은 음식점, 인력회사 등 1400여개의 상점이 있는데 그 중 330여개(24%)를 외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원곡본동의 외국인 범죄는 2012년 2061건에서 2014년 2531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 빈발지역이란 오명을 벗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맹 소장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범죄를 분석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디자인을 활용했다. 한 외국 주민이 불 꺼진 가로등때문에 밤길이 무섭다고 말했다. 조사를 해보니 54개나 됐다. 원곡본동주민자치센터랑 논의해 모두 수리했다.

맹 소장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 쓰레기투기, 불법 전단지 등 기초질서와 무면허·음주운전 등 교통질서 등을 집중 단속했다.

과태료 발부가 지난해 같은 기간 77건에서 올해 1145건으로 대폭 늘었다. 단속만 하지 않았다. 단원구청의 지원을 받아 이동식 재떨이를 10여 곳에 설치했다.

또 칼 등 흉기를 사용하는 외국인 성향을 파악해 기동대, 의경 등을 지원받아 일제검문검색을 자주 했다.

음식점을 하는 상인들에게도 협조를 구했다. 주방에 칼을 방치하지 말고 서랍 등에 수납하도록 했다. 또 상점 앞 청소와 빈 술병 등을 내놓지 말도록 홍보했다.

원곡다문화파출소 45명 직원만으론 부족해 외국인 주민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안산외국인주민센터의 도움으로 5개국 35명으로 구성된 '다문화자율방범대'가 매주 금·토요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합동순찰을 한다.

원곡다문화출소에는 대한민국 1호 귀화 여성경찰이 있다. 지난해 승진한 아나벨 경사다. 필리핀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외사경찰관으로 특별 채용됐다. 중국어를 잘하는 김종오 경위, 5개 국어를 하는 이현준 경사 등이 있어 언어소통에는 어려움이 없다.

맹 소장은 "외국인 범칙금 납부율이 80%로 내국인(20~30%)보다 3~4배 높을 정도로 순박하고 정이 많은 외국인이 산다"며 "다행히 올해 들어 아직까지 강도, 살인, 침입 강간 등 강력사건이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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