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450명씩 '안전체험'… 습관으로 재무장

2015-09-09 10:01:06 게재

강동구 소방서와 손잡고 안전체험장 조성

집·학교 가까이서 빈번하게 재난대응체험

유엔과 함께 '재해에 강한 도시' 운동도

"포복해서 움직였어요. 내 뒤쪽에서도 비상등 불빛을 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소화기는 자주 보는데 직접 사용해본 건 처음이에요. 신났어요."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꿈나무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동현(10)이와 태경(13)이는 아직도 재난대응체험이 한창인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한시간여 동안 강동소방서 뒷마당에서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고 응급상황에서 대피하는 체험훈련을 마친 터다. 동현이와 태경이뿐 아니다. 안전체험장을 찾은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엇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강동구가 소방서와 손잡고 집 가까이서 재난대응훈련을 할 수 있는 안전체험장을 만들었다. 암사꿈나무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연기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강동구가 강동소방서와 손잡고 자그마한 안전체험관을 마련, 주민 안전의식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세월호참사 이후 이해식 구청장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안전도시 사업 일환이다. 구는 지난 2월 강동소방서와 재난·안전관리 업무협약을 맺고 안전습관과 생활 속으로 찾아가는 안전관리를 목표로 한 강동안전체험관을 추진,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소방서 뒤편 228㎡ 규모 족구장 부지에 27㎡ 가설건축물을 세운 자그마한 체험장이지만 각종 시설만큼은 내실있게 갖췄다. 소화기·소화전부터 경보기와 연기대피 체험을 위한 미로, 완강기와 함께 국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용 중인 승강식 피난기까지 마련했다.

체험교육은 소방서에서 전문강사를 투입해 진행한다. 간단한 이론교육에 이어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면 실전체험. 소화기를 작동해 불을 끄고 화재경보기를 울린 뒤 어둠 속에서 유도등을 따라 미로를 빠져나가면 전력 사용 없이 사람 몸무게만으로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승강식 피난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김윤수 교육주임은 "한층을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7초"라며 "복지관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보호인력 숫자가 적을 때도 쉽게 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의 경우 완강기 사용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옥내소화전 체험까지 마치면 한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강동구 공무원과 산하 공단 직원, 동별 자율방재단과 통·반장은 의무 체험 대상자. 어린이집과 학교 지역아동센터 주민단체에는 집단 체험을 권유한다. 어린이와 공무원은 안전체험교육만 진행하고 학생이나 주민 단체 등이 찾을 경우 심폐소생술 교육을 병행한다. 월~목요일 오후 2~4시는 개별적으로 체험을 원하는 주민을 위해 단체 일정을 잡지 않는다.

규모가 작고 화재대응 중심 체험장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안전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데는 효과가 있다. 집과 학교 가까운 곳에서 빈번하게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월 문을 연 뒤 메르스 여파로 한동안 운영을 않았는데 월평균 15회, 하루 30여명씩 체험장을 다녀갔다. 임남길 홍보교육팀장은 "전기가 나가도 20분 이상 작동하는 유도등이나 경보기같은 기본설비는 건물마다 갖추고 있지만 실제 위기상황에서 활용하자면 몸에 익혀야 한다"며 "생활 속 재난대응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데 강동에서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재난체험장 개설에 이어 8월에는 유엔 재해경감 전략기구에서 주관하는 '기후변화·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 홍보전에도 결합했다. 기후변화와 각종 재난재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 도시들이 방재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대비 역량을 강화하자는 운동이다. 가입 도시는 기구에서 제시하는 제도·행정적 기반을 갖추는 건 물론 복합적 재해위험 평가, 사회기반시설 개선, 방재교육·훈련을 필두로 한 재해위험 경감계획을 시행하고 자체적으로 재해위험 진단·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구는 국민안전처에서 실시하는 연차 점검에서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주민과 공무원 모두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난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체득하는 게 필수"라며 "재난 대비 역량을 더 강화하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재해에 강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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