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기초단체·시민에 빚 떠넘기나

2015-11-09 10:56:47 게재

채무비율 '39.9%→31.7%' … 유정복 "내년 빚 갚는데 주력"

시민사회 "기초단체에 복지예산 전가, 공공요금 인상" 비판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채무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시가 내년도엔 모두 7173억원의 빚을 갚기로 했다. 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 복지예산을 줄이거나 기초자치단체에 전가하고 공공요금을 과도하게 인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6일 8조1922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당초예산보다 4276억원(5.5%) 늘어난 규모다. 지방세 2917억원과 세외수입 3843억원을 늘려 잡았다. 세외수입은 송도 8공구(4700억원)와 농산물도매시장(918억원) 등 고유재산 매각으로 얻는 수입이다. 지방교부세 3843억원과 국고보조금 657억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시장은 이렇게 늘어난 예산으로 가장 먼저 재정건전성 회복에 쓸 쓰기로 했다. 만기가 도래한 채무 3927억원은 물론 만기가 남아있는 채무 3034억원을 조기 상환하고 이자 2112억원도 갚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1분기 39.9%였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내년 말 31.7%까지 떨어진다. 정부가 정한 재정위기 주의단계(30%)는 벗어나지 못하지만 위기단계(40%)와는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된다. 인천시는 13조원대인 인천시 부채를 2018년까지 9조원대까지 줄여 채무비율을 25%대로 낮출 계획이다.

유 시장은 이 밖에도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원도심 활성화, 섬관광 활성화 등 9개 분야에 4조458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내년도 군·구 조정교부금(5535억원)과 교육청 법정전출금(5608억원) 등 법정경비에 필요한 예산을 전액 확보해 본예산에 반영했다.

유 시장은 "재정건전화에 초점을 두고 부채감축에 주력했고,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법정전출금과 필수경비도 모두 반영했다"며 "1년 만에 재정 상황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건전재정에 초점을 맞추고 각고의 노력을 했으며 시정 방향에 맞춰 일부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와 기초자치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복지예산을 삭감하거나 군·구에 전가한 것을 문제 삼았다. 박준복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소장은 "예산을 크게 늘려 잡으면서도 출산장려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예산을 감액 또는 삭감하거나 군·구에 떠넘기고, 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또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도래하지도 않은 부채 3000억원을 조기 상환하고, 시장의 공약 등을 밀어붙인 비상식저인 예산편성"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9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군·구도 발끈하고 나섰다. 인천시 군수·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인천시의 일방적인 복지예산 부담비율 조정에 강력 항의했지만 인천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수·구청장협의회장인 조윤길 옹진군수는 "시가 일방적으로 군·구의 분담비율을 높이면 일부 복지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시가 군·구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예산안은 10일 개회하는 인천시의회 제228회 2차 정례회에서 심의·확정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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