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준 세금 53억 해외명품업체 '꿀꺽'

2015-11-12 10:51:38 게재

박원석 의원 분석 결과

"주먹구구, 세금참사"

소비확대를 위해 정부가 깎아준 개별소비세 66억원 가운데 53억원이 해외명품업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개소세 인하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해외명품업체의 배만 불린 셈이다.

12일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관세청으로부터 개소세 부과대상 수입물품에 대한 신고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사치성 물품에 대한 개소세 완화를 단행한 8월27일부터 10월말까지 두달 동안 개소세 감세효과는 66억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시계에 대한 감세효과가 42억2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귀금속 10억3000만원, 가방 8억7000만원, 모피 2억원, 가구 1억2000만원, 사진기 1억원, 보석 9000만원, 융단 1000만원 순이었다.

이중 정부가 가격 인하효과가 없다고 밝힌 시계, 가방, 가구, 사진기, 융단에 대한 감세효과만 합쳐보면 53억2000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깎아줬지만 해외명품업체의 수익만 늘려준 꼴이 됐다.

앞서 정부는 소비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사치성 물품에 부과되는 개소세 부과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가구 세트는 800만원에서 1500만원, 개별가구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개소세율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물품당 최대 60만원(가구는 최대 140만원)의 세금 낮춰준 것. 하지만 개소세 완화조치에도 시계와 가방, 가구, 사진기, 융단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되레 가격을 올린 품목도 있었다. 결국 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한 개소세 완화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없다고 보고 이달초 원상복구 방침을 밝혔다.

시행령으로 돼 있는 개소세 부과기준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한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개소세 완화로 인해 해외명품업체에게 돌아갈 수익도 더 늘어난다.

당초 정부가 개소세 완화를 추진할 당시에도 사치성 물품에 대한 세금 인하는 '제2의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소세 과세 기준가격 조정은 개소세 부과기준이 적용된 2001년 이후 물가, 소득수준 상승 등을 고려해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개소세 기준이 완화되면 물품가격 인하에 따른 과표양성화, 신규수요 창출 효과 등이 발생해 전체적인 감세규모는 연간 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의원은 "정부 주장대로 물가나 소득수준 향상을 고려한 조치였다면 개소세 완화를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감세규모도 정부 추정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번 사태는 연말정산에 이어 기획재정부의 주먹구구식 조세행정과 마이동풍식 태도가 가져온 또 한번의 세금참사"라며 "기재부에 필요한 것은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인정하는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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