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금지법 공포 즉시 시행

8월 대규모 인사 앞둔 검찰 '술렁'

2011-05-02 12:19:17 게재

사표내면 꼼짝없이 법적용 … '3개월후 시행' 법안 폐기돼 기대 물거품

법시행 전 사표 '고민' … 대법관 탈락한 고위법관 사퇴에도 영향미치나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국회 본회의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관예우금지법 수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당연히 예상됐던 일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이 낸 수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낸 법안과 수정안의 차이는 전관예우금지법의 시행 시기에 있다. 사개특위안은 '법 공포 3개월 후 시행'이지만 수정안은 '공포후 즉시 시행'이다.

홍 의원은 "오는 7·8월에 대규모 판·검사 인사가 있는데, 공포 후 3개월에 법이 시행되면 이 때 퇴직한 사람들은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적용 대상 = 검찰은 오는 8월 김준규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남에 따라 대규모 인사가 예정돼 있다.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사퇴하는 검찰 관행상 고위직 인사들의 줄사표가 불가피하다.

검사장급 인사들의 인사이동은 물론, 부장검사급 중간 간부 인사도 단행된다. 통상 정기인사 이후 검사장 승진에 탈락한 검사들을 중심으로 사표자가 속출한다. 특히 이번에는 전관예우금지법의 영향으로 법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검사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전관예우금지법이 통과되더라도 8월 사표자들은 법적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유예기간에다 시행령 준비 시간까지 더하면 법 시행 시점이 8월말이나 9월 초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의원의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5월 안에 사표를 내지 않으면 사실상 법적용을 피하기가 불가능하게 됐다. 8월 퇴임하는 김 총장도 당장 적용대상이다.

다만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법이 시행되기 전에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8월 사직을 고민하는 검사들이 미리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표를 내면 처리 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고위직에 영향 = 시기에 상관없이 사표 제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검찰과 달리 법원은 2월 정기인사 이외에는 사표를 받아주지 않는 게 관행이다. 법관이 사표를 내면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사법서비스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개월' 차이가 있는 사개특위안과 수정안은 법관들의 사퇴에 별반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해 사법개혁 논의가 한창일 때 판사들 사이에서는 전관예우금지법 통과를 거의 예상했다"며 "그래서 지난 2월 정기인사 당시 떠날 사람들은 다 사표를 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모 부장판사도 "일선 법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5월말로 정년 퇴임을 맞는 이홍훈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변수다. 사법연수원 10~12기 현역 법원장들이 유력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12기에서 대법관이 나오면 선배 법관들이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다.

전관예우금지법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사표를 결심하는 데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관예우금지법 시행이 사표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일선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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