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학력 차이, 어떻게 볼 것인가

면학분위기와 전통 이어가는 명문고에 대한 아쉬움 커

2016-02-12 00:35:35 게재

고교 학력 저하 우려에도 대입 성적은 선방

지난해(2015년 6월 23일)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일산지역 중학교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중학교 평균은 국어 82.6%, 수학 66.2%, 영어 70.4%로 평균 73.1%인데 반해 일산지역 중학교는 국어 87%, 수학 73.1%, 영어 79.6%로 평균 79.9%였다. 
그러나 교육특구의 한 곳으로 꼽히는 일산임에도 일산지역 일반고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고등학교 평균은 국어 81.2%, 수학 80.3%, 영어 83.9%로 평균 81.8%인데 일산지역 일반고의 평균은 국어 76.6%, 수학 74.1%, 영어 81.7%로 평균 77.5%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평균 학력 차이가 눈에 띄게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최창의 전 교육의원
수업거부 학생들 끌어안을 수업 모델 필요

요 몇 년 사이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심화되었고 그 원인은 우수학생들이 특목고로 많이 빠져나간 탓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전문계 고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인문계 고교로 진학했고 이 학생들이 학교 및 학급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래도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주변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면 요즘은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수업거부 학생들을 수업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참여형 수업 등 최근 혁신교육에서 제기하는 수업모델을 적용해야 하는데 교사들에게 이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반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대입 스펙 만들기를 위해 각종 교내 대회들을 기획, 진행, 시상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러니 일반고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실천도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쉽게도 교내 대회는 성적이 우수한 소수의 학생들이 수혜자가 되고 있는 반면 추가적인 업무부담은 상당히 큽니다. 또한 대입을 위한 스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각종 대회에 참여하면서 안정적인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화고 노현웅 부장교사
일반고 학력저하 우려 있으나 대입 성과 주목할 만

일산지역 중학교 학생들의 특목고 진학률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우수합니다. 학교알리미(2015년 4월 기준)에 공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양시 중학교 졸업생 중 5.4%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특목고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 특목고 진학률인 3.6%와 경기도 특목고 진학률 3%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일산지역 중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의 95%가 특목고에 진학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보니 일반고의 평균 학력저하가 두드러져 보일 수 있습니다. 고교 입학 이후 1학년 때는 면학분위기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대입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의 자세가 달라지면서 성적이 꾸준히 올라 대학입시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수시에서 주목할 만한 진학률을 보이는 일반고들도 있습니다.

이정철 교사(전 고양시 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장)
일반고 우수 학생들을 위한 지원 확대돼야

공립 인문계고는 평등교육 강조와 수월성 교육에 대한 규제로 우수한 학생들을 지원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일산지역의 우수한 중학생들은 저마다 특목고나 자사고 등으로 진학을 희망하고 실제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일산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인근 비평준화지역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일산의 일반고로 적지 않은 수가 진학하면서 면학분위기 조성에 애를 먹는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성적 향상과 학습 관리에 대한 지원은 있는 반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현실입니다.

학부모 최현애(식사동)씨
일산에도 명문고라고 할 만한 일반고 많아졌으면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에 진학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인근 일반고로 진학했습니다. 고교 입학 후 아들은 어수선한 학업 분위기 때문에 일반고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곤 했습니다. 한 학기 정도 방황한 후 뒤늦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며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일산지역에 명문고로 꼽을 만한 일반고가 많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준화된 공교육이 강조되면서 면학분위기와 전통을 이어가는 학교가 없다는 것이 일산 학부모로서 느끼는 아쉬움입니다.

대성 마이맥 입시전략연구센터 김박현 실장
사교육 의존도 점검해 봐야

일산지역 내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학력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저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도 성적이 잘 나옵니다. 주입식 사교육이 먹히는 것은 중학교 때까지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는 자기주도성이 없으면 성적이 절대로 나오기 힘듭니다. 이는 고교 교사들이나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또한 중학교 때 깊이 있는 심화보다는 빠른 선행을 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깊이 없는 빠른 선행은 학생들에게 이미 배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학습을 소홀하게 할 여지를 줍니다. 

2015학년도 일산지역 중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추이 보통학력 이상 비율 추이
3 2 3 2
국어 수학 영어 평균 국어 수학 영어 평균 국어 수학 영어 평균 국어 수학 영어 평균
일산지역 1.7 3.8 2.5 2.7 3.5 7.7 6.6 5.9 87 73.1 79.6 79.9 76.6 74.1 81.7 77.5
전국 2.6 4.6 3.4 3.5 2.6 5.5 4.4 4.2 82.6 66.2 70.4 73.1 81.2 80.3 83.9 81.8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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