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로교육법' 제정, 그 의미와 과제

2016-02-24 11:22:29 게재
"모든 사람은 천재다.(Everybody is a genius)" "만약 나무에 오르는 능력만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열등감 속에서 살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스스로 천재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사람은 각자 얼굴 생김새와 내면의 마음이 다르듯, 개개인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누가 먼저고 나중이라는 우열의 가치보다 서로 다른 특성의 집합체라는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수많은 색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빛나는 무지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한 가지 잣대로만 비교하고 평가하려 한다. 우열의 관점에서 평가를 당한 사람은 평생 열등감 속에서 헤매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대입까지 철저하게 획일적인 한 가지 기준으로만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물고기가 다양한 능력은 제외당하고 달리기 시합만으로 평가받는다면 자신의 수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존감을 상실할 것이다. 입시위주 교육과정에 허덕이는 우리 청소년들의 상황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배움과 성장에 행복이 없고, 국가와 사회는 인적자원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인적자원이 소중한 한국의 경우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국가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진로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진로교육법을 제정·공포하고 12월 23일 시행에 들어갔다. '진로교육법' 제정의 의미는 '청소년들이 저마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진로교육에 대해 극히 일부내용만 명시했던 '교육기본법'이나 '초중등교육법'을 손질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진로체험을 다양화하거나 학생들이 꿈과 끼를 살려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마련한 '진로교육법' 입법화는 진로교육 발전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충분조건은 '진로교육법'의 뜻과 철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우선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 추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가는 물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획일적이거나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진로개발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단위학교가 진로교육 역량을 강화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도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진로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진로교육법' 제정과 시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추후 법안 자체의 수정 작업과 시행령, 조례, 규칙 등의 보완 및 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진로교육법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여 초등학교 이전 단계와 대학 이후의 단계를 포함한 평생교육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 미래사회 구성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 삶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로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학의 진로교육도 선언적인 내용을 넘어 세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과 실업'이 세계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청년실업문제 중 핵심은 진로문제다.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겪고 있는 고교생들 역시 진로문제의 벽에 부딪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강화되어야 할 교육내용으로 '진로교육'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거론됐다. 응답자 56.5%가 가장 좋은 고등학교는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지도를 잘해주는 학교"로 응답한 것도 진로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부디 진로교육법이 학교 현장에 정착돼 학교가 즐거운 배움터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꿈과 적성을 살려 성공적인 진로선택을 할 수 있고, 개인의 행복과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철영 서울대 농업생명 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