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정신건강클리닉 - 분노조절장애_오장육부 균형 바로잡아 막힌 기운 뚫어준다

2016-03-06 10:26:49 게재

한약과 침으로 간장과 심장에 쌓인 열 내려, 심리상담 병행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2009년에는 3720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4934명으로 증가해 4년 사이에 32%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과 2015년에도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대전 더밝은마음 이상룡한의원 이상룡 원장은 “분노조절장애는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연령과 계층에 걸쳐 증가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자기 내면에 극심한 분노가 쌓인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폭발하기에 더 위험하다”며 “조절이 안 된 분노는 예기치 못한 폭력성과 파괴성으로 살인, 자살로 치닫게 한다”고 우려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폭발하는 양상
한의학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간(肝)의 기운이 막히고 뭉치는 간기울결(肝氣鬱結), 간의 기운이 뭉치고 맺혀서 속에 열이 생기는 간울화화(肝鬱化火), 심간(心肝)의 화(火) 기운이 왕성해진 상태인 심간화왕(心肝火旺)으로 본다.
이 원장은 “사람의 오장육부에서 간은 특히 감정과 관계가 깊다. 따라서 화는 간에 악영향을 준다”며 “분노조절장애를 화병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표출양상이 다르다. 화병은 주전자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듯이 화가 잔잔하게 표출된다면 분노조절장애는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분노조절장애의 주된 원인은 심한 스트레스이다. 장기적인 충격, 폭력과 관계된 트라우마도 원인이다. 이 원장은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성장기에 심각한 심리적인 외상 경험이 있다. 부모의 폭력이나 방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돼서 불안감과 우울, 공포, 무기력감과 함께 엄청난 분노가 내면에 자리한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억압된 분노를 느끼지 못하다가 트라우마 사건에 직면하거나 불안정한 심리에 연관된 일상을 경험하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누적되면 우울증과 불안증, 갱년기 증상 등 정신적인 불편함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등 신체적인 증세가 섞여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복부 팽만감과 긴장, 불안감 동반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환자의 안색과 음성, 문진, 복진, 맥진으로 증세를 파악한다. 분노조절장애 환자 대부분은 누웠을 때 복부의 팽만감이 있고 배꼽 위 혈자리에서 심한 박동감이 있다. 불안증과 우울증을 복합적으로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체적인 이상을 동반한다.
치료의 핵심은 한약과 침이다. 기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가 뭉치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도 기의 흐름과 관련이 있으므로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화의 감정과 관계된 장기인 간장과 심장의 열을 내려주면서 울체를 뚫어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이 원장은 “부족한 음의 기운을 보강하고 과도한 열을 식혀 머리로 맑은 기운이 잘 갈수 있도록 도와준다. 막힌 간의 기운을 풀어주고 심장의 열을 내려주면 신체의 순환이 원활해진다. 한약을 복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갖고 짜증이나 분노가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마음에 쌓인 상처와 트라우마는 심리상담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 분노 폭발은 곧 마음의 상처를 의미하며,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집중해야한다. 상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도와 그것을 감당하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게 돕는다. 대전 이상룡한의원에는 상담치료사가 상주해 건강한 자기방어기제(자기가 요구하는 바를 얻지 못할 때 그와 비슷한 다른 대상으로 만족을 채우려는 행동)를 강화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지자 역할을 한다.

몸과 마음 조절해 오장육부의 균형 맞춰
한방치료의 장점은 신경정신과적 치료에서도 잘 발휘되고 효과가 좋다. 단순히 표출되는 증상에 초점을 맞춰 약으로 억누르기보다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절해 복합 치료하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원인을 잡는 치료로 병의 근원을 다스린다. 따라서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될 확률이 적다.
이 원장은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승화강이 잘 되어야한다”며 “머리 위쪽에 떠있는 화(火)의 증상을 밑으로 내리고 몸의 아래쪽에 있는 차갑고 냉한 수(水)의 증상을 위로 올려 전신을 고르게 순환시켜야 한다. 이점은 한방치료의 특징이자 치료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분노조절장애를 단순한 성격장애로 보고 방치하면 위험하다. 이를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분노의 제어가 점점 어려워져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병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욱하거나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등 분노의 조절이 어려우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초기에 관리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감정은 바로 ‘화’다. 일상생활에서 화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깊고 큰 심호흡을 하여 긴장과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는 자가 관리를 실행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복식호흡으로 좋지 않은 기운을 아래로 내려 심리·신체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복식호흡이 안정되면 명상으로 연결하면 좋다.
이 원장은 “가벼운 분노조절 장애는 복식호흡과 명상 등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빈번한 화와 우발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이 반복된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꼭 치료해야한다. 분노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더밝은마음 이상룡한의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상룡 박사에게 묻다>
Q.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사회가 각박해지고 스트레스가 넘치는 환경이 되면서 모든 연령과 계층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사춘기 학생, 중·고등학생, 청년층 등 비교적 나이어린 학생들이 많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사회가 되면서 몸과 정신이 메말라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Q. 한방에서의 치료방법과 치료기간은.
한의학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간기울결(肝氣鬱結), 간기울화(肝氣鬱火), 간울화화(肝鬱化火), 심간화왕(心肝火旺)에서 오는 질환으로 본다. 간(肝)의 기운이 막히고 뭉쳐서 몸속에 열이 쌓이는 것이다. 따라서 화의 감정과 관계된 장기인 간장과 심장의 열을 내려주면서 울체를 뚫어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안색과 음성, 나타나는 증상, 진맥, 복부의 촉진으로 진단한다. 치료 수단은 한약과 침이며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증상에 따라 치료기간이 다르겠지만 보통 3~6개월 치료하면 좋아진다.

Q. 한방치료의 장점은.
단순히 증상만 잡는 치료가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균형과 기운에 따라 치료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체질에 따라 궁극적인 건강을 도모하는 치료다. 따라서 부작용이나 재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Q. 분노조절장애를 꼭 병원에서 치료해야하는가.
심각한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기 쉽지 않다. 그 상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뿐더러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극심한 분노는 마음 깊은 곳에 들어있어서 그걸 끌어내서 해결하지 않으면 자기컨트롤이 쉽지 않다. 분노의 뿌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

Q.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은
화가 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 깊고 큰 호흡을 먼저 해봐라. 안 좋은 기운을 아래로 쭉 내려 무게중심을 잡아 심리적, 신체적으로 안정할 수 있다. 호흡이 잘되면 명상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관리와 분노감 개선이 가능하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