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의는 불온하다

한국사회는 과연 정의로운가?

2016-04-08 09:46:29 게재
김비환 지음 / 개마고원 / 1만4000원

지난 2010년 출간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전 세계적으로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갈수록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튀어나온 '정의'라는 관념은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는 한국판 '정의란 무엇인가'가 나왔다.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의는 불온하다'라는 책을 통해 "한국사회는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원칙이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의는 불온하다'는 제목을 통해 정의를 되짚어보고자 했다.

'정의의 실현이나 부정의의 척결이라는 과제에서 우리사회는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양극화는 전혀 누그러질 기미가 없고 돈과 권력을 이용한 반칙들이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의를 '사회적 재화와 부담을 분배하는 올바른 원칙, 또는 공정하거나 바람직한 사회 구조나 상태'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정의로운지 아닌지에 대해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린다고 말한다.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은 빈민을 도와주는 것은 그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사회 전체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연대의 가치와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른 사람들은 극심한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를 접했을 때 분개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재화의 분배를 '능력에 따른 보상' 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모든 부와 재화가 능력에 따라 분배할 때 사회의 효율성이 크게 증가해 무능한 사람들까지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모든 부와 재화를 오직 능력에 따라서만 차등 분배하는 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극도의 비효율성과 붕괴의 위협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나뉘게 되면 부유층은 가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불만과 적개심을 억누르기 위해 튼튼한 치안 등에 많은 부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구매력이 부족한 다수 빈곤층의 소비 부진이 추가적이 경제성장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진단은 사회정의를 추구하면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경제성장과 그 낙수효과를 정의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급격히 퇴조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물질적 사회적 조건을 보장받는 것을 사회정의의 주된 내용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정의 원칙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다수의 정의감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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