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불가사의한 국가

대북 강경론 입장에서 쓴 북한 보고서

2016-04-08 09:58:52 게재
빅터 차 지음 / 김용순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만2000원

'불가사의한 국가'를 읽는 내내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대북강경론과 너무 닮아있다는 것에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저자 빅터 차는 조지타운대학 국제관계대학원의 교수이면서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그는 2004~2007년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아시아담당 국장으로 부시 대통령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이 책을 쓴 시점과 현재는 사뭇 다르다. 북한은 결국 4번째 핵실험을 단행했고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제재 결의안에 '완전한 이행'을 약속받았다.

차 교수는 북한의 과거를 많은 분량을 할애해 자세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리고는 북한의 전략을 '거짓된 개혁'으로 꼬집어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강경대응해야만 하는 이유로 제시했던 '도발→보상→도발'의 매커니즘과 동일하다. 30대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데 차 교수는 집중했다. 그는 "김일성의 손자가 물려받은 국가는 새로운 신주체 복고주의의 이념으로 지속될 수 없지만 그것만이 새로운 지도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이념"이라며 "이념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10년간의 햇볕정책을 북한 독재정권이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 폐쇄를 선언하면서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근로자 임금의 상당부분이 핵개발 등 북한의 전략자금에 들어갔다는 주장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북한 정권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2012년 당시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기 정부내에 붕괴가 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또한 박 대통령의 생각과 같다.

그러나 출구전략은 박 대통령과 다르거나 다르게 보였다. '협상'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과 대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문가로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 "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협상이 결여되면 그 만큼 대가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일어난 북한의 도발행위는 단 한차례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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